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이 악화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체계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 교통을 봉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지리적 특성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준하는 조치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송로로 통제 시 국제 사회에 큰 충격으로 이어진다.
중동을 중심으로 원유 수급난이 계속되자 유럽 곳곳에선 '전기차 육성' 카드를 꺼내고 있다.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전기차 사용을 권면해 에너지 자립도를 키우겠다는 의지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올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기존 27%→29%, 2027년에는 35%까지 오를 거란 SNE리서치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최근 전기차 확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중산층 장거리 운전자를 위해 올해부터 보조금 지급 대수를 지금보다 5만대 더 늘려 2030년까지 신차 3대 중 2대를 전기차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다.
독일 정부도 2030년 기후 목표 달성과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 보급 촉진 등에 약 9조원을 투입한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공급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결정이다. 독일은 해당 예산을 전기차 보조금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이 활발했던 유럽 국가들도 관련 세제·운행 지원책을 유지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부가가치세 면제, 등록세 우대, 통행료 할인 등을 시행 중이다. 네덜란드는 전기차 자동차세를 감면하고 기업의 친환경 모빌리티 투자에는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회복 흐름을 보이며 이들을 핵심 수요처로 둔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는 활로가 열렸단 평가다. 유럽에 선제 진출한 한국이 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9월 기준 유럽 내 배터리셀 생산설비의 75%를 국내 배터리셀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보유한 것으로 집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기를 구축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현재 연간 생산 능력은 86GWh로 BMW·아우디 등의 자동차 OEM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사장 역시 "배터리는 전기차 경쟁력이 핵심이 되고 있고, 중장기적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시장 기회를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40GWh 규모의 생산 공장을 갖췄다. 얼마 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주선 삼성SDI 사장이 유럽 출장길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 경영진과 회동하며 글로벌 영업에도 힘쓴 바 있다. 최 사장은 이와 관련해 "여러 고객사를 만나고 왔다. (추가 수주 가능성에 관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SK온은 헝가리 코마롬·이반차(47.5GWh)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마롬 1·2공장은 각각 2020년 1분기, 2022년 1분기 상업 가동에 나섰고 3공장인 이반차는 2024년 3분기부터 상업 운영 중이다.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지속해서 드러내고 있어 유럽 내 고객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 반등세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배터리 3사는 올해 1분기 이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여파로 동반 적자가 유력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영업손실 20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으며, 삼성SDI는 2743억원, SK온은 30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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