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NGBS 2026'에서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연 기자
중동 리스크와 AI 인프라 수요가 맞물리는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업계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반에서 성장 기회를 맞이했단 진단이 나왔다. 유럽·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의 대중국 견제도 강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 반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단 의견도 제기됐다.
15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글로벌 배터리 콘퍼런스 'NGBS 2026'(Next Generation Next Generation Battery Conference)을 개최했다. 올해 9회째를 맞이한 이번 콘퍼런스는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국내외 배터리 시장 동향과 차세대 기술 전략 등이 공유됐다.

최근 배터리업계 화두는 전기차 시장 회복이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요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상승세를 보여서다. 오익환 SNE리서치 부사장은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화하면 내연기관차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 경제성이 빠르게 개선된다"며 "소비자 차량 선택 기준을 초기 구매 가격에서 운영비 안정성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전기차 수요와 침투율의 조기 확대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인 시장 흐름도 긍정적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13%씩 성장해 2035년에는 4210GWh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수요가 줄고 있는 북미 시장도 2029년 신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도입될 경우 고성장이 예상되며, 유럽 역시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하면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AI 산업 확대에 따른 ESS 시장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전 세계 리튬배터리 ESS 시장은 2035년까지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해 1.4TWh까지 확대될 거라는 관측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약진이 예상된다.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한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첨단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북미 ESS 시장에서의 활약을 통해 2030년 이후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인 정책 변화도 국내 배터리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달 발표한 유럽 산업가속화법(IAA)의 핵심이 사실상 현지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배터리의 EU 수입이 제한되는 건 물론 EU에 진출한 중국 배터리 기업도 EU산 핵심 원자재를 사용해야 해 한국 기업과의 원가 차이가 축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보호무역 기조 및 중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중국산 배터리를 대상으로 고관세 정책을 시행 중이며 내년 10월부터는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금지해 역내 생산 공급 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중국업체의 성장세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전기차 분야는 중국의 해외 진출이 지속해서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0%까지 늘어났고, ESS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인해 중국 존재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오 부사장은 "중국업체는 현지 생산 확대 및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지속해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