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MINI 광주 전시장. /사진=BMW코리아
"돈보다는 명예. 무조건 목표 판매 대수를 채우는 게 중요하죠."
최근 서울 도이치모터스 BMW 전시장에서 만난 한 영업사원 A씨의 말이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매 대수를 올려야 하는 절박함을 강조했다.

한독모터스 전시장에서 만난 딜러 B씨는 상담이 시작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자신의 스마트폰 메신저 화면을 슬쩍 내밀었다. 화면 속에는 회사 관리자와 주고받은 날 선 대화들이 빼곡했다.


B씨가 "XX 차종 구매 희망 고객인데 이미 타 전시장 상담을 마치고 온 상태입니다. 제 인센티브를 포기할 테니 추가 할인 500만원을 승인해주십시오"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1분도 안 돼 관리자로부터 "300만원"이라는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B씨는 고객뿐 아니라 회사 내부와도 매일같이 전쟁을 치른다고 털어놨다. "단돈 50만원이라도 더 깎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회사에 무슨 얘기든 다 하는 실정"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코오롱모터스 전시장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이곳의 영업사원 C씨는 고객에게 계약을 종용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인센티브를 걸고 진행하는 조건이라 시간이 지나면 저도 이렇게 못 해 드린다"며 "내일까지만 유효한 견적이고 그 이후에는 별도 연락을 주시지 않아도 된다"고 못 박았다.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판매하는 골프백과 캐리어. /사진=최유빈 기자
딜러가 자신의 마진을 낮추는 이른바 '역마진' 제안은 수입차 업계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수입차 딜러사 체제는 제조사가 재고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 방식과 달리 딜러사가 임포터로부터 차량을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다. 차량 한 대당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에 이르는 만큼 재고 금융 이자 부담도 빠르게 불어난다. 딜러사로서는 할인 폭을 확대해 차량을 신속히 현금화하는 것이 유리해 딜러들의 판매 경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바바리안모터스 전시장에서 만난 딜러 D씨는 "딜러사는 차량을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라 재고가 쌓이면 막대한 금융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도이치모터스 전시장의 딜러 E씨 역시 "골프백 증정하고 선팅을 내 돈으로 공짜로 해주고 나면 사실 남는 게 없다"면서도 "대수를 많이 쳐야 하는(판매해야 하는) 구조라 명예를 위해 파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입차 업계의 인센티브 체계도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통상 수입차 딜러사는 판매 대수에 따른 '볼륨 인센티브'를 제조사로부터 받는다. 월 100대를 팔았을 때와 101대를 팔았을 때 받는 보너스 총액이 수천만원 차이가 난다.

마지막 101번째 차량을 파는 딜러는 자신의 수당 100만원을 포기하고 고객에게 200만원을 깎아주더라도 회사 전체가 받을 수천만원의 인센티브를 위해 '역마진' 계약을 감행하게 된다. 딜러 개인이 받는 수당보다 깎아주는 금액이 더 큰 기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다.

BMW∙MINI 광주 전시장. /사진=BMW코리아
현장 조직 관리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직장 내 괴롭힘을 겪던 BMW 공식 딜러사 바바리안모터스 소속 6년 차 영업사원 이 모 씨(39)가 경기도 한 전시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 직장 관계자들은 당시 "지점장이 실적을 이유로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출혈경쟁은 영업 현장의 황폐화를 넘어 수입차 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밖에 있다. 딜러들이 당장의 실적을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숙련된 영업 인력들은 대거 현장을 떠나게 된다. 이는 전문성 없는 서비스와 사후 관리 부실로 이어져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된다.

판매 단계에서 마진을 모두 소진한 딜러는 차량 인도 이후의 관리에 공을 들일 여력이 없다. 수입차 차주들 사이에서 "차 팔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 같더니 막상 사고 나니 연락도 안 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영업사원의 수익성 악화는 이직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객의 담당 관리자가 수시로 바뀌는 관리 공백을 야기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딜러사와 긴밀한 협력,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다"며 "이러한 협력 구조를 통해 BMW의 모든 딜러사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꾸준히 유지하며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