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Auto China 2026)에서 아이오닉 컨셉트 어스를 선보였다. /사진=최유빈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국 사업을 단순 판매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전동화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의했다. 대규모 투자와 현지 기술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중국 생태계에 직접 편입되는 방식으로 경쟁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24일 중국 베이징 국제 전람중심 순의관에서 열린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Auto China 2026)에서 중국 종합 성장 전략을 공개하며 현지 투자 확대와 파트너십 강화 계획을 구체화했다. 합자 파트너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베이징현대에 80억위안(약 1조5500억원)을 투입해 전동화 전환 기반을 구축했다.

이 투자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향후 5년간 20종의 전동화 모델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고 연간 50만대 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라인업 확대를 넘어 제품 포트폴리오 전반을 전동화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순수 전기차뿐 아니라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까지 포함해 중국 시장 특성에 맞춘 전략을 병행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가장 빠른 개발 속도, 우수한 배터리 공급망, 까다로운 전기차 소비자, 고도화된 혁신 생태계를 모두 갖춘 곳이 바로 중국"이라며 "현대차에게 중국은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는 베이징현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 향후 5년간 20종의 신차 출시, 아이오닉 브랜드의 중국 공식 론칭, 그리고 아이오닉 V 공개에 이르기까지 중국 시장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야심차며 가장 기대되는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전략의 핵심은 '현지 동맹'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자율주행, 플랫폼 등 핵심 영역에서 중국 기업과 협업 구조를 구축했다. CATL과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고 모멘타와 공동으로 ADAS 기능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기술 내재화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외부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Auto China 2026) 현대차 부스 전경. /사진=최유빈 기자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이미 BYD 등 토종 기업이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가격 경쟁과 기술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고난도 시장으로 재편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독자 생존이 어려운 환경이 형성된 셈이다. 현대차가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판매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차는 모든 판매 채널에 '원 프라이스' 정책을 도입해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고 브랜드 신뢰 회복에 나선다. 동시에 주요 도시에 독립 브랜드 거점을 구축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해 고객 경험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테슬라식 직판 모델과 중국 로컬 브랜드의 체험형 매장을 결합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이번 계기로 중국 현지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과거 생산과 판매 중심의 현지화에서 벗어나 기술 개발과 생태계 참여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진화한 것이다.

리펑강 베이징현대 총경리는 "글로벌 전동화를 선도하는 중국에서 아이오닉 V를 공개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차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 중국 시장에 대한 깊은 존중과 미래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표현한 것"이라며 "아이오닉 V와 새로운 중국 시장 전략은 중국의 혁신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모빌리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