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오른쪽에서 둘째)가 26일 러시아의 뱌체슬라프 블로딘 국가두마(하원) 의장(왼쪽에서 둘째)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셋째)와 함께 평양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념관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전적을 기록하기 위해 건설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4년을 훌쩍 넘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반도에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별 관계 없어 보였던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거대한 파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2024년 10월 쿠르스크 전선에 파견됐던 북한군 약 1만2000명이 회오리의 매개다.
영국 왕립합동 군사연구소(RUSI)는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 "파병 북한군이 전장에서 현대전에 필요한 전술을 경험했으며,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군사 장비와 교리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래식 전력 경쟁에서 밀려 핵이라는 비대칭에 올인하다시피 했던 북한군이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현대 군사력 몸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북한군 전력 현대화는 우리에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동력은 북·러 밀착이다. 25일 러시아의 뱌체슬라프 블로딘 국가두마(하원) 의장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나란히 평양을 찾았다. 방문목적 두 가지가 모두 심상치 않다. 하나는 26일 북·러 군대의 이른바 '쿠르스크 재점령 1주년'을 맞아 평양에 세운 '해외 군사작전 영웅 기념단지 겸 군사 영웅 전투 위훈 기념관' 준공식 참석이다. 러시아에 파병됐다 숨진 북한 군인에 대한 추모시설이다.
또 다른 목적은 북·러 간 '2027~2031년 중장기 군사협력 계획 체결'이다. 5개년 군사협력 추진은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당시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북·러 관계를 실질적인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안보·방산 협력 계획이다.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양측의 안보·방산 협력 내용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전략국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2025년 4월 "평안북도 구성시의 방현 공군기지에 폭 40m의 새로운 무인기 격납고 7개가 완공된"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신규 무인기 부대를 창설해 자체 생산한 '샛별-4형'과 '샛별-9형' 무인기를 실전 배치한 증거다.

38노스는 지난해 9월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샤헤드/게란급 무인자폭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폭기는 이란의 샤헤드-136 드론을 바탕으로 러시아에서 생산한 게란-2 드론을 가리킨다. 샤헤드-136은 이란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걸프 연안국가를 무차별 공격했던 바로 그 기종이다. 견디다 못한 미국이 지난 3월 초 우크라이나에 탐지와 요격 기술을 요청했을 정도로 파상공세를 벌인 저가 자폭 드론이다.

4년 이상 러시아의 공세에 대항해온 우크라이나는 저가형 요격 드론과 스카이맵으로 불리는 드론대응 방공망 지휘통제 플랫폼을 개발했다. 한발 60억원대의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을 수천만원 수준의 스팅-2나 P1-선 등 자국산 '드론 잡는 요격 드론'으로 대체했다. 스카이맵은 1만여 개의 음향 감지기와 AI를 결합한 탐지·요격 체계로, 드론 특유의 소리와 진동을 감지해 잡아낸다.


이 과정에서 북한에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AI 등 각종 첨단기술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현재 AI기반 표적설정, 자율의사결정 알고리즘, 상대방 드론에 대한 재밍(신호차단)과 스푸핑(가짜신호를 통한 위치기만), 그리고 포획술 등 다양한 첨단 군사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모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사용했던 전술적 경험이 바탕이다.

이런 북·러 밀착을 살펴보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공지능' '드론' 등 새로운 기술과 무기체계와 관련 용어를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는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아 파병으로 얻은 게 있다는 신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군에 "무인무장장비 체계들의 인공지능 및 작전능력 고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드론 격납고 7개를 설치한 방현 공군기지에서 벌어진 금성을 비롯한 자폭형 무인기 시험을 참관하면서다. 지난 2월 제9차 당대회에서는 인공지능, 대(對)위성 무기, 전자전 시스템 등을 '특수전략자산'이라고 지칭했다.

북한이 이처럼 AI 자폭 드론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특수전략자산을 대규모로 운용할 경우 우리 수도권이 가장 먼저 위협을 받게 된다. RUSI 보고서에서 가장 께름칙한 부분도 이와 연관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새로운 전쟁 방식을 흡수한 덕분에 포격 목표물 정보수집부터 사격까지 걸리는 시간을 과거 몇 시간에서 몇 분으로 단축했다고 한다. 정찰 드론 정보를 포병 및 다연장 로켓의 사격 통제 시스템에 직접 통합한 결과다.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2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우리 수도권의 안보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먼 곳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로, 이란 전쟁은 원유·원자재 등 경제적 측면만 봐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이로 인한 실질적인 안보 위협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AI와 드론 등 첨단기술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전면 남침 시 반격 작전이나, 공격징후가 보일 때 선제타격, 또는 핵무기 제거 특수작전 등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킬 작전계획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러시아 급 군사기술 강국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진화한 드론은 턱밑에서 우리 목을 겨눈 비수나 다름없다. 군사적 대응 계획은 물론 러시아나 이란과 관련한 외교 및 국제협력의 틀도 새로 짤 수밖에 없다. 평화적으로 공존하려면 군사력과 외교력이 모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