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ESG 대응이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로 바뀌고 있다.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증권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이 단순한 사회 공헌 활동을 넘어 자금 흐름을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본이 실물경제로 순환하도록 하는 생산적 금융 역할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올해 1분기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을 통해 총 9조8700억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했다. 이는 전체 조달금액 57조2000억원 대비 17.3% 수준으로 규제비중(10%)을 약 73% 초과 달성한 수치다. 당국은 2028년까지 해당 비중을 2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발행어음과 IMA의 핵심은 자금의 방향을 바꾸는 데 있다. 두 상품은 개인 투자자 자금을 기업대출, 회사채, 펀드 등 기업금융 자산으로 연결한다. 특히 IMA는 조달 자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고 모험자본 비중도 2028년까지 25%까지 확대하도록 규정돼 있다. 자금 흐름을 벤처·중소기업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다.
ESG 구조 재편, 생산적 금융 'S' 강화
이러한 변화는 ESG 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적 금융 확대는 ESG 중 '사회(S)' 영역을 제도화한 사례다. 모험자본 투자 의무를 통해 벤처·중소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실제 운용 구조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한국투자증권 IMA 1호 상품은 대출 약 5980억원, 수익증권 약 4530억원으로 자산 대부분이 기업대출과 펀드 투자에 집중돼 있다. 2호 상품 역시 대출 약 3290억원, 수익증권 약 3070억원으로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수익증권은 벤처펀드와 사모펀드(PE)를 통해 비상장 투자로 연결되는 간접 모험자본 통로다. 대출 역시 중소·중견기업 자금 공급과 인수금융 등 생산적 금융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는 증권사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단기 수익 구조에 의존해 왔던 증권 산업이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성장 단계별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벤처시장에서는 초기 투자 이후 성장 단계 자금이 부족한 '미싱 미들(Missing middle)' 문제가 지적돼 왔는데 이를 해소할 핵심 주체로 증권사가 부상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활황 이끈다
증권사의 S(사회)와 G(지배구조)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투데이
G(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최근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고배당 등 주주환원 바람이 불며 증권업종 전반에 재평가 흐름이 나타난다.
이는 단순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자본시장 활황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주는 거래대금 증가와 맞물려 시장 활황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대가 반영되면서 주주환원 강화는 투자자 신뢰 회복과 자금 유입을 동시에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지배구조 개선이 곧 수익률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SG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 투자 매력과 주가 상승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ESG는 더 이상 부수적인 활동이 아니다. 개인→ 증권사→ 기업으로 이어지는 자금 순환 구조 속에서 증권사는 자본의 흐름을 설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증권업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돈을 흐르게 하는 산업이 된 것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첨단기술과 벤처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 성장의 핵심"이라며 "증권업은 자금 순환 구조를 설계하는 생산적 금융의 중심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