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자산운용사 역할이 자금을 배분하는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1
자산운용사 역할이 단순 운용을 넘어 자금 흐름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연금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자금 유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운용사는 자금 배분처를 결정하는 생산적 금융의 출발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1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시장 규모는 219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2% 성장한 규모다. 특히 공모펀드 순자산은 609조원으로 전년 대비 39.7% 성장했다. 해당 증가분의 72%는 ETF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TF 시장은 174조원에서 297조원으로 확대됐다. 공모펀드 내 비중도 49%까지 커졌다.


자금 성격 자체도 바뀌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97조원을 기록했다. 이 중 DC형 비중은 14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늘었고 IRP형은 130조9000억원으로 32.6% 증가했다.

DC와 IRP는 DB형과 다르게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구조로 ETF와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 선택 비중이 높다.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34.5%, ETF의 비중은 22.0%를 차지했다. 주식형 펀드와 ETF 비중이 확대되며 연금 자금이 투자형 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ESG, 운용사 통해 직접 투자처로 부상
사진은 국내 상장 ESG ETF 순자산 및 수익률.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공모펀드 시장 확대는 운용사의 역할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인 자금이 개별 종목에 지수와 산업 중심투자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는 단순한 상품 공급자가 아닌 자산군과 산업을 선택하는 자금 배분자가 된다.
ESG 직접 투자도 운용사를 통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상장 ESG ETF 순자산은 약 1조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SG 지수형 상품뿐 아니라 AI·반도체·친환경 등 산업 테마형 ETF로도 자금이 유입된다. 이는 ESG가 단순 투자 기준을 넘어 자금을 특정 기업과 산업으로 유도하는 배분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운용사 KPI, '얼마나' 아닌 '어디에'로 변화
운용사는 이 과정에서 생산적 금융 출발점 역할을 수행한다. ETF와 펀드를 통해 모인 자금은 운용사를 통해 증권사를 거쳐 기업금융으로 연결된다


특히 사모펀드(PE), 벤처펀드, 메자닌 상품 등을 통해 비상장 기업과 성장 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는 자금을 모으는 기능을 넘어 실물경제로 흐르도록 설계하는 역할이다.

생산적 금융 기조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모태펀드 출자 확대, 퇴직연금의 벤처 투자 유입 등 정책을 통해 모험자본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KPI(핵심성과지표)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운용사의 KPI는 운용규모(AUM)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익률과 자산 배분, 투자 전략이 핵심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얼마를 모았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펀드의 포트폴리오 차별화 전략은 투자자 후생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잠재적 이익을 제공할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자본시장 내에서 다양한 자산배분과 위험관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균형있는 발전과 역동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