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 흡연부스가 흡연 인구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말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장교빌딩 앞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사진=황다희 기자
서울 흡연 인구 130만명. 현재 이들이 떳떳하게 흡연할 수 있는 장소는 관내 136곳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장교빌딩 앞 흡연부스에는 흡연자들이 가득했다. 흡연부스 두 개가 마련돼 있지만 미처 들어가지 못한 흡연자들은 인근 보도에서 흡연을 했다. 흡연자 무리 옆으로 지나가던 20대 여성 고모씨는 "청계천에서 나오자마자 담배 냄새를 맡아 불쾌하고 연기 때문에 머리도 아프다"며 "흡연부스에 제대로 들어가서 피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내 흡연부스는 흡연자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주민등록 인구는 930여만명으로 흡연율이 지난해 기준 14%다. 이를 고려하면 흡연 인구는 130만명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내 공공 실외 흡연시설은 136개으로 한 곳을 약 1만명이 사용해고 있는 셈이다. 자치구마다 편차도 크다. 서초구에는 공공 흡연시설이 39개다. 반면 마포·동작·종로구 등 5개 자치구에는 1개뿐이다. 서대문·송파·양천구 등 11개 자치구에는 공공 흡연시설이 공식적으로 없다.


물론 이는 흡연부스를 기준으로 한 통계다. 시가 아닌 민간이 설치한 흡연부스나 부스 형태는 아니라도 외부 흡연 구역도 존재한다. 따라서 흡연자를 위한 공간 부족을 공공 흡연부스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흡연을 미화하거나 흡연자 권리만을 주장하기 위함도 아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필연적으로 공존하는 상황에서 흡연구역을 철저하는 것이 비흡연자의 권리 역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부스가 없으면 흡연자들은 건물 뒤, 골목 등 거리에 모여 담배를 피운다. 사진은 지난달 말 오후 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뒤 금연 표지가 붙어 있는 곳에서 흡연하는 사람들. /사진=황다희 기자
흡연부스가 없으니 흡연자들은 흡연할 곳을 찾는다. 도심인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뒤는 흡연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지난달 말 오후 1시30분쯤 30여명이 이곳에서 줄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건물 벽에 '금연', '흡연 자제'라는 표지가 붙어 있지만 건물 뒤부터 옆까지 늘어선 흡연자들로 빽빽했다.
이곳에서 흡연하던 30대 한 남성에게 주된 흡연 장소를 묻자 "사람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곳에서 같이 피운다"고 답했다. 그는 "흡연부스가 있으면 당연히 부스에 들어가겠지만 없어서 주로 건물 뒤에서 피운다"며 "흡연 중에 어린이가 옆으로 지나가거나 하면 신경이 쓰여서 부스에서 피우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종로구에는 공공 흡연부스가 낙원악기상가에 단 한 개 뿐이다. 이 건물에서는 15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흡연자들의 불만도 크다. 간접흡연, 미관 훼손 등 문제가 생긴다는 중이다. 인상을 찌푸린 채 빠른 걸음으로 흡연자 사이를 빠져나가던 40대 여성 이모씨는 "길을 걷다 보면 여기처럼 흡연자가 몰려 있는 곳을 자주 지나치는데 무방비하게 담배 냄새를 맡게 돼 짜증이 확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0대 딸과 거리를 지나던 40대 여성 오모씨도 "서울에 관광객도 많은데 우르르 모여서 담배 피우는 모습은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흡연부스가 늘어나면 거리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이씨는 "흡연부스 주변에서 냄새가 날 수는 있지만 냄새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흡연부스 앞에서만 잠깐 숨을 참거나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되니 갑자기 간접흡연을 하게 돼서 당황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흡연구역이 아닌 불법적인 거리 흡연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오씨는 "흡연부스가 충분히 많아지고 나면 길에서 흡연하는 사람에게는 과태료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흡연부스 증설·전자담배 전용 부스 설치 필요"
흡연자들은 흡연부스 증설과 전자담배·궐련 담배 흡연 공간이 분리된 부스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삼원타워 근처에 설치된 분리형 흡연부스. /사진=서울 강남구청
서울시가 점점 더 흡연하기 불편한 환경으로 변한다며 불만을 표하는 흡연자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금연구역은 올해 30만3000여곳으로 7만9000여곳이던 2012년과 비교하면 3.8배로 늘어났다. 40대 남성 A씨는 "담배를 20년 정도 피웠는데 그동안 골목에 있던 재떨이가 사라지고 금연구역이 늘어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담배에 붙는 세금이 조금이라도 흡연자를 위해 쓰여야 하는데 실제 흡연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흡연자들은 흡연부스 추가 설치와 함께 궐련형 담배와 전자담배 흡연자가 따로 흡연할 수 있는 분리형 흡연부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A씨는 "냄새와 건강이 걱정돼 전자담배를 피우는데 연초 흡연자와 같이 부스에 들어가면 냄새도 나고 간접흡연도 하게 된다"며 "담배 종류별로 부스를 구분해 설치하고 각자 구역을 잘 지키도록 관리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간의 각자 주장은 해묵은 논쟁이다. 하지만 적어도 흡연부스 증설에 대해서는 대체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로가 원하는 접점인 셈이다. 흡연부스 조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용 가능한 선에서 흡연부스를 늘려간다면 적어도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의 불만은 공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