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산업 확대와 산업·수송 부문의 전기화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전력 소비량 잠정 전망을 보면 국내 전력 수요는 오는 2040년 최대 694.1TWh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이행 움직임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 탄소 감축 압박까지 커지며 대규모 무탄소 전원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현행 정책 속 국가 핵심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의 RE100 수요는 2032년 이후 재생에너지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 초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변화 속 산업계 안팎에서는 차세대 전원으로 해상풍력을 지목하고 있다. 바람이라는 무한한 청정 자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한 만큼 반도체 및 AI 데이터센터처럼 연중·상시 전력이 필요한 첨단산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수입을 대체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에너지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타 재생에너지 대비 보급 안정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핵심 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꼽히는 태양광의 경우 낮 시기와 여름철에만 발전량이 집중되는 반면 해상풍력은 야간 및 겨울철 발전 효율이 높아 전력 수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 필수적이다. 해상풍력의 평균 설비 이용률은 42%지만, 태양광은 이에 절반도 되지 않는 16.9%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계통 비용이 절약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태양광은 계절·일별 변동성이 커 대규모 태양광 확대 시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설치를 비롯한 추가 계통 비용이 투입되지만, 해상풍력은 대규모 전력 소비지인 해안가 산업단지·대도시와 상대적으로 인접해 송전 손실을 줄이고 신규 송전망 구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보급 잠재력도 우수하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대비 관할 해역 면적이 약 4배 이상 넓은 데다 배타적경제수역(EEZ) 등의 먼바다에서는 풍속이 8m/s를 초과할 정도로 양질의 바람 자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화 영인에너지솔루션 사장 겸 풍력산업발전 전략위원회 위원장은 "태양광 이용률 15%를 가정할 때 태양광 발전설비 400GW를 갖추려면 서울시 면적의 6.5배가 필요하다"며 "좁은 육상 국토를 점유하지 않으면서 GW급 대규모 단지 조성이 가능한 재생에너지 옵션으로 해상풍력이 각광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후방 산업 유발 효과도 상당하다. 해상풍력은 철강·조선·중전기기·건설 등 한국의 주력 산업 역량이 집약된 종합 플랜트 산업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해상풍력의 핵심 요소인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WTIV(설치선) 등의 분야에서 이미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발전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충분한 트랙 레코드를 축적할 경우 해상풍력이 조선·중공업을 잇는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해당 연장선에서 볼 때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1MW 설치 시 해상풍력은 14명의 고용을 유발해 태양광(8명)과 육상풍력(10명) 대비 높은 고용 창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공급망 구축 시 기존에 허가된 프로젝트만으로도 최대 97조원의 부가가치, 104만개의 일자리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풍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비용보다는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현재 해상풍력의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타 전원 대비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해상풍력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영국·독일 등의 나라처럼 관련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과 독일은 대규모 클러스터·인프라 선투자·경쟁 입찰 등으로 비용을 절감해 지난해 15MW급 대형 터빈 기준 kWh당 각각 120~140원, 125~145원의 LCOE를 기록했다.
김 사장은 "국내의 높은 생산 단가는 미래 에너지 주권과 산업 패권 확보를 위한 국가 전략적 초기 투자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지금 투자를 주저해 골든타임을 놓치면 훗날에는 현재의 (해상풍력 관련) 보조금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경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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