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4월2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의 조찬회동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 시험대에 오른다.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을 상회하면서 금리 인하 명분은 약해진 반면 시장에서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유상대 한은 부총재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한 가운데 오는 28일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 신 총재 체제의 첫 통화정책 메시지가 어디를 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 2.50%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Signal:한은의 사전 신호]
시장에서는 금리 경로를 둘러싼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추가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성장률 서프라이즈와 물가 불안이 겹치며 이제는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의 정책 무게중심이 인하에서 인상 가능성 점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포착됐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사이클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견해"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동 전쟁 이후에도 성장률은 (지난 2월 한은이 전망한) 2.0%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물가상승률은 전망치인 2.2%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유 부총재의 발언은 시점과 맥락을 고려할 때 한은이 시장에 던진 시그널로 분석된다. 취임 초기인 신현송 총재를 대신해 해외 출장에 나선 부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한은 내부 공감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총재 체제 출범 직후 급격한 정책 전환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부총재 발언을 통해 선제적으로 기대 경로를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2.50%로 인하한 뒤 장기간 동결 기조를 유지해 왔다. 당초 시장은 추가 인하보다는 동결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이번 발언을 계기로 금리 경로에 대한 시각은 한층 매파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하 기대는 약해졌고, 시장은 오히려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Growth:성장률이 재설정한 통화정책 방정식]
한은의 통화정책 궤도를 수정한 변수로는 성장률 지표가 지목된다. 지난달 금통위까지만 해도 한은은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계하며 올해 성장률이 2.0%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하방 압력을 동시에 가중하는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발표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전기대비 1.7%)는 이러한 비관론을 단숨에 불식시켰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로 반도체 수출 호조와 투자 반등이 성장을 견인했다.

성장률 반등은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낮춰야 한다는 명분은 약해진 반면, 견조한 성장세가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은 커지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고 있다. JP모건은 기존 2.2%에서 3.0%로 무려 0.8%포인트 높였으며, BNP파리바(2.7%), 씨티(2.9%) 등도 줄줄이 전망치를 수정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 호조와 민간 소비 등 내수 지표도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며 한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강한 성장 경로에 진입했다는 평가에 힘을 싣고 있다.
[Pressure:물가 목표치 상회·연준의 셈법]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1
물가 지표 역시 한은의 긴축 경계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 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다.
문제는 물가 압력이 석유류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을 밀어 올리는 공급 측 변수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 외식, 서비스 가격 등으로 전이될 경우 생활물가 전반의 둔화 흐름이 지연될 수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유 부총재는 "5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중동 상황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유가 흐름,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의 파급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외 변수도 한은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다.

특히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 동결보다 연준 내부의 이견 확대가 더 주목받았다. 전체 위원 12명 가운데 4명이 성명에 반대표를 던지며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반대 의견이 나왔다.

베스 해맥, 닐 카시카리, 로리 로건 등 3명은 금리 동결에는 동의했지만, 향후 인하 가능성을 인상 가능성보다 크게 열어둔 완화적 표현에는 반대했다. 반면 스티븐 미런 연준 이사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연준 내부에서도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대외 통화정책 환경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진 셈이다.
[Policy:28일 금통위, 인상 여부보다 메시지가 관건]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진 반면 성장 둔화 우려는 완화되면서 금리 인하 명분은 한층 약화된 상황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성장률 전망 상향과 물가 경계 발언이 동시에 제시될 경우 시장은 이를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과 물가 경로를 잡고, 통화정책 방향에 어떤 함의를 담을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국내 증권가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은이 올해 하반기인 8월과 11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한 차례씩, 총 2회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하반기 1회 인상' 전망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수치다. 아울러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1.8%에서 0.7%포인트 상향한 2.5%로 조정하며 인상론에 무게를 실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신중하면서도 매파적인 분석을 내놨다. 5월 금통위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6개월의 금리 경로를 보여주는 점도표 상에서는 '인상, 동결, 인하' 순으로 의견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최대 인상 횟수는 1차례가 될 것이며, 인하 의견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