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벤츠 설립자 칼 벤츠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모습. /사진=김이재 기자
1888년 8월 독일 남서부 만하임.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바퀴 이동 수단 하나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도로 위를 달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설립자 칼 벤츠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2026년은 칼 벤츠가 '가스 엔진으로 구동되는 차량'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를 기념하는 '혁신의 140주년' 글로벌 미디어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장에는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비롯해 S-클래스의 시초로 불리는 '폰톤 메르세데스' 등 벤츠의 상징적인 플래그십 세단 라인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현대적인 자동차보다는 자전거에 가까운 모습이다. 두 개의 큰 뒷바퀴와 하나의 작은 앞바퀴로 구성된 3륜 구조를 갖췄다. 시동은 차체 뒤편 엔진에 연결된 플라이휠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돌려 걸어야 한다.
앞바퀴에는 방향을 조절하는 손잡이가 연결돼 있다. 운전자는 오른손으로 조향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동력 전달 레버를 조작하며 차량을 운행한다.


1기통 엔진이 탑재됐으며 배기량은 954㏄다. 최고 속도는 시속 16㎞ 수준이지만 차체가 개방된 구조인 만큼 실제 체감 속도는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1951년 S클래스 시초인 '메르세데스 폰톤'이 출시됐다. /사진=김이재 기자
1951년에는 S-클래스의 시초인 '220' 모델이 처음 등장했다. 1954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6기통 엔진과 일체형 차체 디자인을 적용한 '220 a(W180)'가 출시됐다.
이전 모델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춘 '폰톤' 차체를 적용해 '메르세데스 폰톤'으로 불린다. 이후 1956년 엔진 성능을 높인 '220 S'가 공개되면서 'S'는 메르세데스-벤츠 최상위 세단을 상징하는 명칭으로 자리 잡게 됐다.
메르세데스 팬톤의 내부 모습.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파스텔톤 외장 색상과 대비되는 붉은색 시트는 클래식카 특유의 감성을 더한다. 폰톤 차체는 높은 수준의 승차감과 넓은 실내 공간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승차감은 준수한 편이다. 시트는 푹신한 소파에 앉은 듯했고 경쾌한 엔진 소리와 함께 속도가 자연스럽게 붙으면서 조수석에서도 드라이빙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약 20분간 진행된 시승에서 최고 속도는 80㎞/h까지 올라갔다.
1959년 출시된 '핀테일'의 모습. /사진=메르세데스-벤츠
1959년 출시된 220·220 S·220 SE 모델은 리어 윙에 장식된 작은 테일 핀이 특징으로 '핀테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해당 라인에서 선보인 플래그십 세단 300 SE는 세계 최초로 양산차에 크럼플 존(충격흡수구조)을 적용해 자동차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에는 휠베이스를 10㎝ 늘린 롱버전 모델을 추가해 벤츠 럭셔리 세단의 전통을 본격적으로 구축했다.
1세대 S-클래스 350 SE(W116)의 모습. /사진=김이재 기자
또 하나 눈길을 끈 모델은 1972년 출시된 1세대 S-클래스 '350 SE'다. 처음으로 'S-클래스'라는 명칭을 사용한 모델로 4-스포크 세이프티 스티어링 휠과 충격 보호형 연료탱크, 안전 도어 핸들 등 당시 기준 혁신적인 안전 기술을 대거 적용해 주목받았다.
벤츠는 이후 1975년, 최고 출력 286마력을 발휘하는 S-클래스를 선보였다. 6.9리터 V8 엔진을 탑재한 이 모델은 현재까지 독일 양산 세단 가운데 가장 큰 배기량을 자랑한다.
벤츠는 세계 최초 자동차 발명이라는 브랜드 유산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 최초 자동차 발명이라는 브랜드 유산과 철학을 S-클래스와 고성능 라인 AMG, 전동화 모델 전반에 녹여내고 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회장은 지난달 방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벤츠만의 전통적인 가치와 특징은 핏줄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역사적인 모델들에는 시대를 앞서간 기술적 도전과 책임감, 진보의 가치가 담겨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향한 혁신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