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와 과거 정부 정책펀드와의 차별성이 주목된다. 사진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IR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지역금융기관 협약식 및 성과점검·발전방향 세미나에서 모두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22일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가면서 과거 정부 정책펀드와의 차별성에 관심이 쏠린다. 투자 대상과 수익 구조, 운용 방식 등 기존 틀을 벗어나 민간 자본을 유인하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주요 시중은행 10곳과 증권사 15곳에서 국민참여형 성장펀드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동시에 판매된다.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며 공공과 민간이 절반씩 참여한다. 이 가운데 일반 국민이 투자하는 국민참여형 물량은 6000억원 규모다. 투자 대상은 반도체·인공지능(AI)·이차전지 등 12개 첨단 전략 산업이다.

이 같은 설계는 그간 정책금융이 반복해온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2010년대 이후 역대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기대만큼 신성장 동력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 자금 조성, 후 투자' 방식이 지적되는데, 자금을 먼저 풀고 투자처를 찾는 구조 탓에 유동성이 실물보다 자산시장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투자 기간과 규모의 미스매치도 한계로 꼽힌다. 정책성 펀드는 통상 2~5년의 짧은 투자 기간과 건당 50억~60억원 수준의 자금으로 운용돼 왔다. 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은 수천억~수조원 단위의 장기 자본이 필요해 정책금융이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펀드는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을 먼저 결성한 뒤 투자처를 찾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역시 선 자금 조성, 후 투자 구조로, 디지털·그린 등 테마형 자산에 분산 투자했으나 실물 투자로의 연결이 지연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성장펀드는 이 같은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투자 대상부터 기존 정책펀드와 차별화했다. 과거 정책펀드가 폭넓은 정책 테마에 자금을 배분한 것과 달리 국민성장펀드는 글로벌 경쟁력이 요구되는 첨단 전략 산업에 집중한다. 뉴딜펀드는 인프라 등 안정적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라면, 국민성장펀드는 비상장·벤처 기업을 포함한 성장형 자산 비중을 높였다. 자펀드의 30% 이상을 비상장 및 기술특례상장 기업 등에 신규 자금 형태로 투자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수익 구조도 다르다. 뉴딜펀드가 인프라·실물 자산 기반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해 평균 2%대 초반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국민성장펀드는 고위험·고수익 구조에 가깝다. 당국도 해당 상품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모험자본 투자로 규정하고, 수익률을 사전에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실을 완충하는 장치는 강화됐다. 정부 재정이 후순위로 참여해 자펀드 손실의 최대 20%를 우선 부담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민간 투자자는 선순위로 참여해 하방 위험을 일부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정책펀드가 민간과 동일 조건으로 손실을 분담했던 것과 다르다.

또 투자금액에 따라 최대 40%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9%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5년 이상 장기 투자 조건이 붙지만, 세제 혜택을 통해 실질 수익률을 보완한다.

운용 방식은 '선 투자처 발굴, 후 자금 집행'으로 전환됐다.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성과 리스크를 사전에 검증한 뒤 자금을 투입하고, 다수의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재간접 방식을 통해 운용 효율성을 높였다. 건별 투자 규모를 수천억~수조원 단위로 확대하고, 존속 기간도 10~15년으로 늘려 첨단 산업의 장기 투자 수요에 맞췄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대 이후 역대 정부가 신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했지만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국민성장펀드는 산업 지원을 넘어 금융 시스템 구조 전환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