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의 성패를 가늠할 비교 사례로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가 언급된다. 사진은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정부가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위해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하는 가운데 공공이 마중물로 나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해외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가 그 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요즈마 펀드는 이날부터 판매되는 국민참여성장펀드를 포함한 국민성장펀드의 성패를 가늠할 비교 사례로 꼽힌다. 단순한 재정 투입을 넘어선 인센티브 설계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즈마 펀드는 1993년 이스라엘 정부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 육성과 해외 자금 유치를 위해 조성한 민관 합작 벤처캐피털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모태펀드 형태로 자금을 출자하고 민간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자펀드를 조성하는 구조다. 민간 투자 활성화를 전제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금융과 차별화된다.


핵심은 '위험은 나누고, 수익은 열어주는' 구조다. 정부는 민간 투자자와 매칭 방식으로 초기 시장 형성을 지원하고 일정 기간 이후 민간이 정부 지분을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반대로 투자 실패 시에는 정부가 손실 일부를 흡수하도록 설계해 민간의 리스크 부담을 낮췄다. 이 같은 비대칭적 인센티브 구조는 투자 유인을 극대화해 글로벌 자본 유입으로 이어졌다.

요즈마 펀드는 출범 이후 약 10년 만에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시장 규모를 수십 배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하기보다 투자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방식이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미국도 유사한 접근을 취해왔다.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첨단 기술에 과감히 투자하며 인터넷과 GPS(위치정보시스템) 등 혁신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고, 중소기업혁신연구(SBIR) 프로그램은 초기 기술 개발을 지원한 뒤 민간 시장으로의 확장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시장 창출형 투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해당 사례들은 정책금융이 민간을 대체하기보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위험을 공공이 분담하고 이후 시장 형성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교한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해 민간 자금의 자발적 유입과 재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국민성장펀드도 유사하다. 정부가 후순위로 참여해 손실을 일부 흡수하고, 민간이 투자 판단을 주도하는 구조로 설계되면서 마중물 역할을 표방하고 있다. 또, 투자 기간을 최대 10~15년으로 늘리고 프로젝트 단위 심사 구조를 도입했다. 건당 투자 규모 역시 수천억~수조원 단위로 확대해 대형 산업 투자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도 일회성 정책금융에 그칠지, 민간 중심 투자 생태계로 이어질지는 향후 운용 성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