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사진=뉴시스
북한이 최근 러시아로부터 전수받은 최신 무기 기술을 바탕으로 전자기무기(EMP) 공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으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소방 등 핵심 사회안전망은 EMP 공격에 대한 대비 체계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치안·재난·전력 등 중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관장하는 각 정부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고도화된 위협과 달리 국내 대비책은 미비한 수준이라고 26일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현행 '통합방위법'상 '국가방위요소'인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은 EMP 공격 시 관제센터와 통신장비를 보호할 물리적 차폐 시설(차폐랙 등)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 만약 EMP 공격이 발생할 경우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국가 치안을 담당하는 공권력이 동시에 마비되는 '안보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미래 경쟁력이 집약된 첨단 인프라도 EMP 위협 앞에 무방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상위권 수준의 컴퓨팅 자원을 갖춘 국가전략 데이터센터인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와 클라우드 산업의 핵심 요충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EMP 공격에 대한 방호 대책은 전무하다. 공격 발생 시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가 일시에 붕괴될 우려가 있다.

전력망 역시 EMP 방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국전력공사 및 전력거래소, 한전 산하 5개 발전사(중부·서부·동서·남부·남동) 모두 EMP 공격에 대한 물리적 방호 대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일부 기관은 2023년도를 전후해 국정원과 국립전파연구원과 EMP 대비책에 대한 시범평가에 나섰지만 예산 부족 등 한계에 부딪혀 EMP방호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발생 후 '서비스 연속성 확보(복구)'에 주력하고 있으나 물리적 차폐 시설 없이 복구에만 의존할 경우 전력망 정상화까지 최소 2.3시간에서 최대 11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구 기간 동안 발생하는 전국적인'전력 공백'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단지의 가동 중단은 물론 일선 산업현장부터 통신, 의료, 교통, 일반 가정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초래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일상생활 전반을 마비시킬 우려가 매우 높다고 유 의원은 짚었다.


이미 EMP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 중인 기관들도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백업센터 전산망 보호를 위해 건물 전체에 고성능 차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으며, 한국은행은 재해복구 센터에 EMP 방호랙 설치 및 데이터 실시간 복제 시스템을 갖춰 물리적 방호 대책을 확보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원전 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한 강력한 건물 차폐와 높은 전자파 내성을 갖춘 장비 덕분에 EMP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결국 중앙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예산 투입과 의지만 있다면 핵심 시설에 대한 기술적 대응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게 유 의원의 설명이다.

유 의원은 "상당수 국가 핵심 시설의 EMP 방호 공백은 실체적인 안보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는 더 이상 말뿐인 평화에 매몰되지 말고 즉각적인 대응책 수립과 함께 대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