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를 열고 에너지 관련 생산적 금융 추진 현황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감독원과 KB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 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신한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교보생명, 삼성화재, 산업은행, 기업은행 관계자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권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간 민간 금융권이 자금의 물꼬를 생산적 분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향후 5년간 약 1242조원의 공급계획을 세웠고 이 중 92조원을 신속하게 공급했다"고 평가했다.
5대 금융지주와 산업·기업은행의 기업대출 및 투자 잔고는 지난해 6월 말 1782조원에서 올해 3월 말 1877조원으로 95조원 증가했다. 전체 잔고에서 기업대출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7.8%에서 70.6%로 2.8%포인트 높아졌다.
금융위는 에너지 산업을 생산적 금융의 핵심 분야로 제시했다. 권 부위원장은 "에너지 산업은 AI 데이터센터, 탄소중립, 에너지안보의 세 축 아래 전통에너지 중심의 자원·채굴산업에서 대규모 설비·인프라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전략적 비축, 핵심기술 국산화 등 공급망 관점에서도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는 금융권의 에너지 투자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에 따르면 챗GPT의 건당 전력수요량은 일반 구글 검색 대비 평균 9.7배 수준이다. 미래 전력수요는 2030년까지 2배, 2050년까지 6~8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전환 수요도 커지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전원 구성에서 석탄 비중은 2023년 27%에서 2038년 8%로 낮아지는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4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는 2024년 기준 22.1%로 원전을 제외하면 4.6%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 수준이다.
금융위는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후금융 공급을 2030년 420조원에서 2035년 790조원으로 확대하고, ESG 공시 제도화와 국민성장펀드의 에너지 메가프로젝트 지원 등을 추진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재생에너지 생산 인프라 구축, 지방 육상풍력·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분야 대형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권도 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5년간 전환금융,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인프라 등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6조9000억원을 지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완도금일 해상풍력 발전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3조5000억원을 지원했고, 농협금융지주는 전환금융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3조8000억원을 공급했다.
정책금융기관들도 에너지 대전환 지원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국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5대 시중은행과 공동으로 2030년까지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했다. 현재 1조2600억원 규모의 1단계 펀드 조성을 완료했으며, 1호 투자로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했다.
기업은행은 향후 5년간 총 8조원 규모의 에너지 분야 생산적 금융 공급계획을 수립했다. 지난달까지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펀드 7500억원을 조성하고, 전남지역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사업에 약 1200억원 투자를 완료했다. 기업은행은 연내 펀드 규모를 1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이 단순한 실적 쌓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무늬만 생산적 금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권과 정부가 생산적 금융 역량을 내재화·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생산적 금융 기준을 검증하는 체계를 갖추고 매년 4분기 생산적 금융 추진 실적을 담은 팩트북 또는 연차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금융회사가 생산적 금융 성과를 시장과 수요자로부터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권 부위원장은 "산업 연구 역량 제고, 조직·인력 확충, 핵심성과지표(KPI) 반영 등을 통해 금융권 스스로 생산적 금융을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며 "정부도 국민성장펀드,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개선, 자본시장 육성, 검사·제재 면책 등 전방위적 지원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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