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글러는 오랫동안 '마니아의 차'로 불렸다.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들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재 국내 판매 라인업에서 사하라 트림은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지프 역시 사하라를 '도시의 데일리 SUV 유저와 도심에 거주하는 오프로드 마니아를 위한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랭글러 사하라 패덤 블루 에디션은 예상보다 훨씬 도시적이었다. 오프로더 특유의 개성은 유지하면서도 일상 주행의 불편함은 상당 부분 덜어낸 모습이었다. 패덤 블루는 깊고 고요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짙은 남색 계열 컬러로 랭글러 20대, 글래디에이터 10대 등 총 30대만 한정 판매되는 모델이다.
랭글러는 정반대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유커넥트5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했지만 주요 기능은 여전히 물리 버튼으로 남겨뒀다. 공조 장치 조절은 물론 열선 시트, 비상등, 오프로드 기능까지 대부분 손으로 직접 조작할 수 있다. 이전 세대보다 5배 빨라진 유커넥트5를 적용하면서도 물리 버튼을 포기하지 않았다.
실제 도심 주행에서는 이런 구성이 오히려 편리했다. 교통량이 많은 강남 테헤란로와 올림픽대로를 오가며 운전할 때 터치스크린을 여러 단계 눌러야 하는 차량보다 훨씬 직관적이었다. 시선을 도로에서 떼지 않고도 손끝 감각만으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었다. '최신차답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사용성만 놓고 보면 오히려 최신 트렌드보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행 성능은 예상보다 더 놀라웠다. 랭글러를 시승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승차감을 걱정하는 반응이 많았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와 정통 오프로더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실제 도심 주행에서는 예상과 달랐다. 물론 승용차 기반 SUV처럼 노면을 완벽하게 걸러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충격이나 진동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차체가 단단하게 노면을 누르는 느낌이 강했다. 과속방지턱이나 이음매 구간을 지날 때도 충격이 예상보다 부드럽게 걸러졌다. 지프가 부분변경 모델에서 온로드 성능 개선을 강조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감각은 분명 일반 SUV와 달랐다. 차선을 변경하거나 회전 교차로를 지날 때 운전대를 일반 SUV보다 더 크게 돌려야 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다. 조향 반응도 즉각적이라기보다 여유로운 편이다.
랭글러는 여전히 정통 오프로더다. 272마력의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셀렉-트랙 풀타임 4WD 시스템, 셀렉-스피드 컨트롤 등을 갖추고 있어 필요할 때는 언제든 험로로 향할 수 있다. 랭글러 패덤 블루 에디션의 가격은 82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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