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달 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대선을 거쳐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를 출범한 뒤 국정 혼란을 수습해 온 시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격과 중동 전쟁 등 대외 위협에 대응하며 코스피 '팔천피'(8000포인트)를 달성하고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허용받은 것은 큰 성과도 평가된다. 그러나 앞으로 집값 안정과 금리인상기 경제 운용 뿐 아니라 정치 양극화 속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남은 임기 최대 숙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집값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포함한 국정 2년차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번 회견은 국민주권정부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국정 2년차 비전과 주요 과제를 소상히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는 12·3 비상계엄으로 흔들린 국정을 정상화하고 내란 청산 후속 조치에 매진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6일 만인 지난해 6월 10일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내란 청산에 시동을 걸었다. 이 법안들을 바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불법적인 비상계엄 가담자들에 단죄가 내려졌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사법 절차도 진행 중이다.

국정 정상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과 소통 노력이 두드러졌다. 취임 직후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들과 국무회의를 개최하며 행정 공백을 메웠고 보수 진영의 이혜훈 전 의원까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발탁을 시도하며 탕평을 꾀했다. 국회와는 17차례에 걸쳐 의원단과 오·만찬을 하고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를 가동했다. 국무회의와 타운홀미팅, 부처 업무보고 등에는 파격적인 생중계를 도입해 투명성을 높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대국민 소통도 활발히 진행했다. 민생 안정을 목적으로 지난해 7월 일반 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도 시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경제 성과는 주식시장 부양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6월 4일 2770.84였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29일 기준 8476.15를 기록하며 오천피를 넘어 꿈의 일만피를 바라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린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통상 무역 분야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맞서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합의를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핵연료추진 잠수함 도입을 역제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 2년차를 맞는 이재명 정부 앞에는 대내외적 경제 난제가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과 금리인상기 경제 운용, 트럼프 정부의 지속적인 통상 압박 대응을 가장 큰 숙제로 꼽는다.

임기 초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의지로 진정되는 듯했던 집값은 최근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다음달 3일 시행되는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추가 대책 수립은 정부의 1순위 과제다. 정부는 근본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과 함께 세제를 동반한 투기 억제 대책을 고심 중이다. 실수요자의 주거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시장 과열을 막는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국내외 금리인상 기조 속 국내 경제 운용도 무거운 과제다. 중동 전쟁 때문에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 위기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3중고는 국내 경기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와 취약계층 금융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중심의 미래 경제 구조 대전환, K자형 성장 양극화 해소 역시 시급하다. 여기에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구조개혁을 본궤도에 올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대외 실용외교 노선은 외연을 넓혔으나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6일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두 차례 회담을 통해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경주 APEC 정상회의와 중국 베이징 국빈방문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한중 관계 전면 복원에 뜻을 모았다. 반면 북한은 정부의 유화 제스처를 외면한 채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어 북미 정상회담 등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남북 관계의 실타래를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불거진 대북 정보 유출 논란 때문에 한미 간 정보 교류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