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을 만나 회담하고 있다. /뉴스1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일본 측의 제기로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국방 당국자가 한·일 ACSA 논의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ACSA는 유사시 탄약과 연료, 식량, 수송 등 군수물자와 용역을 상호 지원하는 협정이다. 군사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성격을 지닌 만큼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고려할 때 우리 사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안 장관이 "국민의 이해와 설득이 선행돼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ACSA는 2012년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과 함께 추진됐지만 비공개 처리 논란과 반대 여론 속에 무산됐다. 이후 GSOMIA는 2016년 체결됐지만 ACSA는 지금까지 보류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하면 안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층 고도화됐고, 안보 위협은 더욱 복합적이고 광범위해졌다.


ACSA가 체결되면 양국 군수 지원의 효율성이 커지고 연합훈련이나 인도적 지원, 재해 구호 활동 등에서 물자 확보와 작전 유지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역량과 억제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밀유도무기·무인체계, 사이버·우주 공간 등이 결합되는 현대전일수록 군수 협력의 전략적 가치와 국제 협력의 필요성도 과거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병참 활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거나,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 수준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2013년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탄약 1만발을 지원받았다가 국내 논란 끝에 18일 만에 반환한 사례는 한·일 군사협력이 여전히 높은 사회적 민감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논의 자체를 금기시할 일은 아니다. 군수는 군사 작전의 성패는 물론 장병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 협력 수단이라면 그 필요성과 한계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대 효과와 우려 사항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이어가는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