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선거 전까지 속도 조절됐던 금융권 주요 현안들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제재와 금융권 지배구조 가이드라인 등 금융당국 차원의 굵직한 이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은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부 격전지에서 여당이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고강도 대출 규제와 상생금융 압박으로 대표되는 '이재명식 금융정책'도 무조건적인 시장 압박보다는 위험관리와 속도 조절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 직후 첫 사례는 ELS…과징금 1.4조→6000억 이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홍콩 ELS 제재,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가상자산 제도화 등 주요 현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선거 국면에서 민감한 금융 규제·제재 이슈의 발표 시점과 수위를 조절해온 만큼 지방선거 이후 당국의 정책 집행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이 주목하는 사안은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임시 제재자문위원회를 열어 홍콩 ELS를 판매한 시중은행 등 대한 제재안을 논의한 끝에 과징금 규모를 약 6000억원 수준으로 합의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H지수 ELS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1조4000억원 규모의 과징금과 기관경고 제재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위가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 보완을 요구하며 금감원에 제재안건을 돌려 보내면서 추가로 논의를 진행해왔다.

금융권 지배구조 가이드라인도 하반기 금융권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 사외이사 독립성, 내부통제 책임 강화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다. 당국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 금융권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발표 시점은 지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정부 금융정책의 추진 동력을 높이는 동시에 정책 집행 방식에는 미세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승리로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자본시장 개혁 등 핵심 국정과제는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일부 격전지 표심은 강한 정책 드라이브에 대한 견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정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 교체에 따라 세부 운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시로 경기 지역이 추진한 기후보험 사업이 거론된다. 김동연 전 경기도지사 시절 업계와 협약을 맺고 폭염·한파 등 기후재난에 따른 피해를 보장하는 정책보험 성격의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같은 민주당 출신의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당선된 만큼 사업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예산 규모 및 보장 범위 등 세부 운영 방식은 새 집행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후보험은 향후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될 수 있는 선도 사례"라며 "사업의 방향성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세부 설계는 새 집행부가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지선 기간 잠시 주춤했던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도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균형발전이 주요 정책 과제로 꼽히는 만큼 금융당국을 비롯해 민간 금융사의 이전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초부터 제기됐던 금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선거 이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며 "구체적인 대상이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역별 요구와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드라이브보다 정교한 위험관리…"시장 자생력 키워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선거 이후 금융정책은 강한 드라이브를 유지하되 집행 방식은 한층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관리와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큰 틀은 유지하겠지만, 일방적 비용 분담 압박보다는 실수요자 보호, 취약차주 지원, 금융회사 건전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금융개혁 추진 동력은 커졌지만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채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법인 화우는 '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기업규제 환경 전망' 보고서에서 지방선거 이후 정부·여당이 생산적 금융 전환과 자본시장 활력 제고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마련된 제도들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서울·경남 등 주요 격전지에서 수성에 성공한 점 등을 감안하면 정부·여당도 기존과 같은 일방적 독주보다는 속도 조절 속에서 정책·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화우는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 지방선거 결과이기에, 정부·여당으로서도 기존과 같은 일방적인 독주보다는 일종의 속도 조절 속에서 정책·입법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나온다. 민주당의 승리로 금융개혁 추진 동력은 커졌지만 일부 격전지 표심은 강한 정책 드라이브에 대한 견제 신호로도 읽히는 만큼 향후 정책 집행 과정에서 위험관리와 시장 소통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크게 대승한 선거이지만 일부 격전지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국민들이 견제와 균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균형까지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견제의 메시지는 분명히 나타났다"며 "이번 선거가 금융정책에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금융정책도 시장 흐름과 현장 민심을 살피며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려꽂는 방식이 아니라 바닥 민심과 시장 흐름을 살펴야 한다"며 "금융정책을 한두 사람이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되고, 시장과 충분히 토의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치금융으로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 된다"며 "더 이상 그런 방식은 작동하지 않고,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