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아직 현장의 혼란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항의하는 시민들로 인해 투표함 반출이 지연되고 있다. 투표함 이송과 개표가 완료돼야 서울시장 선거가 최종 마무리되고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중앙선관위의 해명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사전투표율을 제외하고 현장에 유권자들이 추가로 50%가량 나올 것을 감안해 충분히 인쇄 지침을 내렸는데 시군구의 배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실무 착오로만 보기는 어렵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한 곳도 아닌 총 14개 투표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역도 송파뿐 아니라 강남과 광진에 걸쳐 있다. 선거 지휘와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선거 무효와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2021년 독일 베를린에서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소 가동이 중단됐고, 결국 연방헌법재판소가 재선거를 결정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패배 선언을 했지만 파장은 서울시장 선거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의원과 구의원 선거를 비롯해 다른 후보자들 역시 참정권 침해와 선거 공정성 훼손을 주장하며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유권자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 실수인지, 아니면 선관위의 누적된 기강 해이와 역량 저하가 빚어낸 구조적 결과인지 따져봐야 한다. 선관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스스로 국민 신뢰를 허물어 왔다. 2022년 대선 때는 코로나를 이유로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는 촌극으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2023년에는 전·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져 수뇌부가 수사를 받기도 했다.
외부에선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성과 권한을 보장받으면서도 정작 내부의 기율과 업무 체계에 엄격하지 못했다는 시선이 강하다.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난다는 비판도 있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가 몇몇 실무자의 과실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나선 안 된다. 특히 엄정한 진상 조사는 기본이고, 대대적인 조직 혁신 방안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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