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0.7원 내린 1529.0원에 개장했다. 그러나 장 초반 하락 출발한 환율은 곧바로 방향을 틀어 상승폭을 키우며 오전 중 1540.8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기록한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0원대를 보인 것은 전날 야간 거래에 이어 이틀째다.
환율은 전날 야간 거래에서 1540원 선을 넘어섰다. 전날 오후 5시 6분께 야간 거래 장중 1540.30원까지 오른 뒤 이날 오전 2시에는 서울장 종가인 1529.70원보다 2.30원 상승한 15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야간 거래에서 1540원 선을 뚫은 데 이어 정규장에서도 재차 고점을 높였다.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자 정부도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 물가가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각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자극하는 대내외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물가 불안에 따른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확대, 엔화 약세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원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도 환율의 추가 상승 속도를 늦추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500원대에 머물 전망"이라며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엔화 약세 등 대내외 요인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단기 환율 상단은 1550원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외 불확실성과 수급 부담에 따른 환율 상승분은 약 100원 정도로 추정한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원화 수급이 개선될 경우 적정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초중반 수준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환율이 1500원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전쟁 리스크가 해소되고 시간이 지나면 펀더멘털에 부합하는 적정 환율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하반기 환율 흐름은 중동 리스크와 국내 펀더멘털 개선 여부에 따라 방향성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와 해외투자 확대 등 수급 불안 요인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 회복과 무역·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환율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400원~1500원대 등락을 예상하지만 이란 리스크 해소 시 빠르게 1450원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지속과 해외 투자 확대 등의 수급 불안 요인이 있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경상수지 흑자 규모, 경기 개선 등의 펀더멘털 요인이 수급 불안 요인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 연구원은 "종전 협상 불발에 따른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경우 원/달러 환율은 1550~1600원 수준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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