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25년 9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사진=뉴스1
중국 당국과 북한 관영 매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월 8~9일 평양 국빈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시 주석의 평양행은 지난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이자, 김정은 집권 이후 두 번째다. 이번 발표가 중국 외교부가 아닌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를 통해 나온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방북이 단순한 국제 외교를 넘어, 사회주의 동맹 특유의 '북·중 양측 간 전략적 교류'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9월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번 방북의 일차적 배경은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하며 밀착하는 최근의 정세와 맞물려 있다. 북·러가 밀착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후원국인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등판해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여전한 '중국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기도 하다. 양측은 이를 계기로 전통적인 우호관계와 동맹 의식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적 무대로 이번 방북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방북이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시진핑이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까지 단기간에 만나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3각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중국 전승절 3국 정상 동시 참석에 이어 북·중·러 연대 강화의 결정판이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이라고 할 수 있다.


북·중·러 밀착과 더불어 특히 걱정스러운 대목은 시 주석 방북이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사실상 용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새 핵물질 생산공장을 시찰하며 핵무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의 방북 직전 핵시설 공개 방문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러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반대 입장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부추겼다.

정부는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 위협에 비례해 북핵 폐기의 목소리를 더욱 단호하게 높여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의 확고한 이행에도 앞장서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전선을 주도해야 한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한·미 동맹의 이상기류는 우려스럽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등으로 불협화음을 낸 데 이어 한·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외교적 과제는 명확하다. 한·미 동맹의 균열을 조속히 수습하고, 한·일 안보협력은 물론 한·미·일 다자 공조 체제를 그 어느 때보다 빈틈없이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굳건한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를 바탕으로, 중국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 견인'이라는 책임 있는 역할을 압박하는 대중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