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생방송 중 증시와 관련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스1

코스피 8000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증시에선 20분간 주식 매매를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도 석 달 만에 다시 발동됐다. 이날 '검은 월요일'은 예고됐었다. 앞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인 10%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말 사이 인터넷 종목 토론방은 노심초사하는 투자자들로 넘쳤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이들의 공포가 확산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른바 '빚투'다. 대출받아 투자한 빚투가 무려 37조원에 이른다. 통장을 깨고 증시로 향하는 투자 행렬은 최근에도 멈추지 않는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 사흘 만에 1조원이 늘었다고 한다. 자금 상당액이 증시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빚투가 늘면 주가 하락 시 대출금 상환을 못해 증권사가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증가하고, 이것이 다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도미노 충격을 부를 수 있다.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데도 개인 투자자 매수세는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걱정스럽다. 8일에도 외국인들이 21일 연속 매도에 나선 가운데, 개인이 이 물량을 받아냈다. 떨어질 때 더 산다는 이른바 '물타기' 또는 '저가 매수' 투자가 확산하면서 하락장에서도 과감하게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주가 변동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비교적 낙관적인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내 증시가 "아직도 저평가된 상태"라면서 최근 변동성 역시 대폭락이 아닌 "적정한 가격 균형점을 찾아가는" 숨 고르기로 평가했다. 모든 투자자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기업을 포함해 국내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탄탄한 만큼 다시 상승세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하지만 증시 앞에 놓여있는 부담스러운 외부 변수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 등이 그렇다. 17년 만에 최고치를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역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우려가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반도체 레버리지 ETF의 과열 조짐과 관련해 투자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점검 회의를 했다. 출시 직후 수조 원의 개인 자금을 빨아들인 상품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빚투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증시 전체의 장기적 미래를 낙관할 수는 있겠지만, 빚투의 위험은 방관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