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463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5월7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4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해당 기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총 74조6622억2900만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83조8962억9300만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도의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반도체 대형주 차익실현으로 분석된다. 올해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보유 비중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외국인은 24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는 31조9767억원, SK하이닉스는 29조504억7200만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를 25조6084억1000만원, SK하이닉스를 23조6174억500만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매도한 물량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 소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급 핵심 전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며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평균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수해 높은 가격에 매도한 반면 개인은 두 종목 모두 높은 금액에 매수해 낮은 금액에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반도체 대형주 중심 매도세는 한국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주요 원인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주 들어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변동성이 확대됐다.
지난 8일 8.29% 급락하며 8000선이 붕괴했던 코스피는 다음날 다시 8.18% 오르며 낙폭을 회복했지만, 10일 다시 4.52% 급락하며 7000선이 붕괴했다. 이날도 0.43% 오른 7763.95에 마감하며 8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 역시 급등했다. VKOSPI와 미국 VIX의 격차는 과거 평균 0포인트 안팎이었지만 올해 5월 평균 50.2포인트, 지난 8일에는 57.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증시보다 한국 증시의 변동성만 유독 크게 높아졌다는 뜻이다.
대외 여건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긴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커졌다.
중동 갈등이 지속되며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심을 하락시킨다. 6월10일(현지 시각) WTI는 전 거래일 대비 2.07% 오른 배럴당 90.03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1.80% 오른 93.10달러를 나타냈다.
원화 약세도 외국인 수급에 악재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7원 오른 1528.9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최근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며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환차손 우려를 키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킨다.
환율 상승이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주고 외국인 순매도는 다시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며 외국인의 리밸런싱과 차익실현이 끝나기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상단을 계속 시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강달러 압력이 지속되며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외국인 국내 주식 대규모 순매도가 이어지며 역송금 수요 강화에 원화 약세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코스피가 다시 8000선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 것과 동시에 주가변동성이 낮아지고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안정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반도체 외 업종 이익 개선까지 이어질 경우 외국인 차익실현과 리밸런싱도 마무리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외국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도액은 전체 종목 90% 이상을 차지했다. 반도체 민감도가 낮은 조선·방산·전력기기 등으로 일부 자금이 이동했지만 유입 규모는 반도체 매도액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일반적인 수준 변동성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한국 고유 변동성은 전례 없는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구조적 배경은 반도체 대형주 쏠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이외 업종 증익과 반도체 업종 변동성 안정화가 나타날 때 차익실현과 자산 배분에 따른 큰 폭의 순매도가 마무리 되고 수급이 순유입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