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희 개인정보위 위원장이 11일 쿠팡 제재 방안을 밝히고 있다. 과징금 6247억원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액수다./사진=뉴스1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에 624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3750만 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새고 온라인 활동기록도 무단 수집한 데 따른 조치다. 단일 개인정보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심각성을 고려하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정보 보호는 기업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과 직결된 공적 의무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퇴직자의 인증키가 장기간 방치됐고, 비정상적인 접속이 수개월 동안 이어졌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파기해야 할 탈퇴 회원의 개인 정보도 적절히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내부 통제와 개인정보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이 방대한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면, 그 정보의 안전을 보장할 책임 역시 성장의 규모만큼 커져야 한다.

다만 책임의 중대성과 제재의 적정성은 구분해 따져야 한다. 이번 과징금은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한다. SK텔레콤이나 카카오페이, 해외 빅테크 기업 등 국내외 유사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큰 액수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경우 더 예민한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과징금은 10억원대였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고 있다. 유출 정보의 민감성이나 실제 피해 규모, 사고 이후 기업의 대응 노력 등이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되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국 이번 처분의 최종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쿠팡이 행정소송 방침을 밝힌 만큼 과징금 산정 방식, 감경 사유,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 법 적용의 일관성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는 여론의 분노에 기대지 말고 법률과 증거로 처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쿠팡 역시 소송을 방패 삼아 책임을 희석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 독립적 보안 감사 등 신뢰 회복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제와 통상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쿠팡은 전국 물류망 확대와 대규모 고용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일부 미국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통상 마찰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국내법에 따른 정당한 집행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국제적 논란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한 기업의 일탈을 넘어 디지털 경제의 규제 원칙을 묻는다. 개인정보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면서도 제재의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상당 기간 이어질 법적 공방 속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결론은 감정적 찬반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이고 일관된 규제 기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