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 속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진은 이날 발표에 나선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동영
전문가들이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합병가액의 공정한 산정을 위한 제도의 보완과 자발적 상장폐지 시 소수 주주 보호 정책의 구체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견은 17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이날 심포지엄은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합병가액 선정 시 주주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 필요…주주 이익 훼손 우려 시 공정성 담보 위한 제도 도입 필요"
이날 첫 주제 발표를 맡은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가액의 공정화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법규는 상장회사의 합병가액을 시장 가격, 즉 주가로 산정하도록 규정해왔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기업의 연구개발(R&D) 능력, 경영진의 역량과 시너지 등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주가만으로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 같은 지적에 국회는 법률 개정에 나섰다. 지난 5월14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합병 공정가액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상장 법인의 계열사 간 합병 시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자율화하고 외부 평가를 받도록 하며 그 요건을 강화했다. 현재 이 법률안은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다만 문제는 공정한 합병가액을 어떻게 선정하느냐다. 해외에서도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합병가액 산정 방식이 다양한데다 동일한 평가 방식을 써도 산정 기관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황 위원은 "미국 S&P글로벌과 IHS마킷이 합병될 당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각자 3~4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합병가액을 내놨고 합병가액의 범위를 내놓는 방법을 썼다"며 "일본 SBI홀딩스와 신세이은행은 같은 평가 방법을 사용했는데도 다른 결과가 나온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합병 절차와 합병가액이 결정될 경우 이를 주주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소명을 통해 주주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 또한 합병 과정에서 주주 이익이 훼손될 우려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정안에 담긴 이사회 의견서 관련 공시를 더 구체화하는 한편 결정된 합병 절차와 합병가액이 주주 이익 훼손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현영 위원은 "거래의 필요성과 시점의 적정성, M&A의 영향과 장애물은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현행 이사회 의견서의 공시를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합병가액이 공정하지 못해 일반 소액 주주들이 이익이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합병유지 청구권, 합병검사인, 관계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발적 상장폐지 시 일반 주주 보호를 위한 이사회 공시 강화·가격 공정성 담보 위한 제도 개선 필요해"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자발적 상장폐지 시 공개매수·포괄적 주식교환 시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부재하다. 사진은 주요국의 관련 입법례. /사진제공=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M&A를 활용한 자발적 상장 폐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해 활용되는 공개매수제도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자발적 상장 폐지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아니기에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배주주는 회사의 경영 정보에 우월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지만 소수 주주는 상장이 폐지되면 주식을 팔 수 없게 되기에 현재 가격보다도 훨씬 낮은 가격에 매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행 규정에는 적절한 보호 장치가 없다.

황현영 위원은 이 제도의 허점을 비판했다. 그는 "상장 규정에는 자발적 상장 폐지와 관련된 규정이 있지만 이는 소수 주주가 충분히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 때문에 가격의 공정성 측면이나 공시 측면을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공개매수제도와 포괄적 주식교환 역시 원래 목적은 자발적 상장폐지가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공개매수제도는 지배권 이전이나 강화를 위한 주식 매수 시 소수 주주에게 매도 기회를 공평하게 주려는 것이 원 목적"이라며 "포괄적 주식교환 역시 지주사 전환을 돕기 위한 제도이지 소액 주주에는 취약한 제도"라고 말했다.

황 위원은 해외에서는 상장 폐지 시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규제가 있지만 한국은 관련 제도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들며 "미국이나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상장 폐지 목적의 공개매수 시 공시 규제와 의무공개매수 제도 등이 있지만 한국은 없다"며 "주요국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도 가격 산정 시 합병 시너지를 포함하는 등의 별도 보호 절차를 두지만 한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공시 제도 개선과 가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봤다. 이사회의 설명을 통해 주주를 설득하는 한편 외부 평가와 합병 시너지 등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현영 연구위원은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와 주식의 포괄적 교환 시 상장폐지 목적과 폐지 시 이점과 폐해, 주주에 대한 이익과 불이익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사회의 의견서와 관련된 공시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공개매수 시에는 외부 평가기관의 선임을 의무화하고 포괄적 교환 시에는 일본처럼 공정한 가액 선정에 시너지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