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신 총재는 이날 열린 '2026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와 환율, 임금 상승, 정보기술(IT) 업계 성과급 확산, 초과 세수 활용 방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장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 유가 하락에도 공급 차질에 따른 비용 상승의 2차 파급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보다 중장기적인 경제 흐름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 총재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의 주요 질의응답 내용.
-중동 전쟁 종료 선언 이후 국내 경제와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는지.
▶5월 경제전망 이후 판단을 뒤집을 만한 큰 변화는 없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78~79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하루하루의 가격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중장기적인 펀더멘털을 봐야 한다. 전쟁 이후 원유 공급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생산 중단된 유전의 재가동 과정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보험 재개와 해운업체의 운송 정상화 등 경영상 문제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가 있다면 수요 측면이다. 지금까지는 비용 측면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수요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5월 통화정책방향 당시보다 강해졌다고 판단한다.
-재정 확대 국면에서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추가 긴축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상충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크게 상충되는 측면은 없다. 향후 세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원화 약세가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을 증폭시키는 '이중 효과'를 가져온다. 유가는 달러 표시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겹치면 유가 상승의 파급력이 커진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이 미국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았다. 직접적인 유류 가격 상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2차 파급 효과다. 비용 상승이 가치사슬을 통해 재화와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고, 기대인플레이션과 가격 결정 행태에 영향을 미치면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유가 하락은 다행스러운 상황이나, 시장 가격은 단기간에 크게 변하는 만큼 시장 가격에 홀리지 말고 중장기적인 경제 흐름을 봐야 한다.
-제조업 고용 부진에도 임금 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는지.
▶(이지호 부총재보)5월 제조업 고용 지표는 좋지 않아 다른 지표들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IT 중심의 K자형 회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속성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임금 인상 움직임과 노동 관련 제도 변화 등을 고려하면 임금 경로를 통해 물가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인 임금 측면에서는 물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초과 세수 활용 방안과 국가채무 상환에 대한 입장은.
▶5월 통방회의 당시에는 국제유가 급등과 국채금리 상승으로 재정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재정 여건이 양호한 편이고 올해는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세수 증가도 예상된다. 채무 상환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가장 시급한 과제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있을 수 있다. 세수 증가에 따른 재정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채무 상환 외에도 다양한 우선순위가 있을 수 있다.
재정정책은 시장 상황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재정적으로 비교적 튼튼한 나라다. 올해는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세수 흐름(flow)이 상당히 강할 것이다. 세수가 많을 때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중요한 문제이며, 지금 상황에서 채무 상환이 최우선 과제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수 증가가 가져다준 여력을 활용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채무 상환 이외에도 여러 용도가 있을 수 있고 우선순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IT 대기업의 성과급과 임금 상승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현재 전이는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이지호 부총재보) 가장 직접적으로는 IT 전문 인력의 이동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정 기업이 높은 보상을 제시하면 인력 이동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임금 상승 압력이 다른 기업으로 번질 수 있다.
-소비자물가에는 IT 성과급 임금 상승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보는지.
▶(이지호 부총재보) 소비 측면에서는 외식 물가뿐 아니라 백화점 명품 매장 등 고급 소비 부문을 중심으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주변 상권이나 백화점 명품 매장 등에서도 매출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점차 다른 분야로 번져나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상과 함께 빅스텝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지난달보다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커졌다고 평가한 만큼 금리를 더 빠르고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있는지.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장 상황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상황은 그때그때 경제에 대한 전체적인 세계관을 바꾸는 힘이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반대로 시장이 나쁠 때는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중앙은행은 하루하루의 시장 흐름에 끌려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빅스텝 논의가 제기됐던 당시에는 채권금리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 상황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예외적인 조치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 중앙은행은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요한 흐름을 보면서 정책을 운영할 것이다.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배경부터 충분히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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