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달러·엔화 약세 여파가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가 반등하지 못한 채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서 환율이 표시된 모습./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대규모 순매도와 달러 강세,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500.1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 한 2분기 평균 환율도 1500원을 웃돌 전망이다.

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596.8원) 이후 28년3개월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분기 평균 환율(1418.3원)은 물론 올해 1분기(1466.9원)보다도 3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 기준 공항 환전 환율은 1600.1원까지 올랐다.


원화 약세의 핵심 배경으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꼽힌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달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36조784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에만 순매도 규모가 37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국인이 상반기에만 약 89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빼가면서 원화 수급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았지만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36.28%에서 이달 26일 41.42%로 오히려 높아졌다. 외국인이 주로 보유한 대형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추가 순매도 여력이 100조~150조원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대외 여건도 원화에 비우호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24일 장중 101.798까지 올라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4.1%로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엔화 약세도 원화에 부담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장중 달러당 161.939엔까지 오르며 약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화도 동조 압력을 받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도 변수다. 미국에서 조달한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상장 주식을 팔고 ADR로 이동할 경우 달러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다음 달부터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거래 시간이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로 확대된다. 거래 공백이 줄면서 심야 시간대 급변동 위험은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거래 시간 확대만으로 고환율 흐름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