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했다. 기초단체장 227곳 중 119곳, 광역의원 933석 중 588석, 기초의원 3035석 중 1574석도 확보했다. 외형적으로는 승리했지만 당초 압승이 예상됐던 분위기와 달리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 평택을, 부산 북구갑 등 주요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적 부담도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번째 변화는 세대 구도의 재편이다. 보고서는 각 세대가 공유한 경험이 정치적 선택을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민주화와 진보화 경험을 공유한 4050 세대는 성별과 관계없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남은 반면, 2030 남성과 70대 이상은 서로 다른 배경에도 민주당에 비판적인 표심이라는 공통분모를 형성했다.
보고서는 2030 남성의 경우 부동산 가격 급등과 취업난, 공정성 논란을 겪으며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70대 이상은 전통적 보수 성향과 안보·안정 지향성이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전혀 다른 시대적 경험을 가진 두 세대가 '반민주당'이라는 전선에서 만난 셈이다.
2030 여성의 변화도 눈에 띈다. 과거 민주당에 강하게 결집했던 2030 여성층은 이번 선거에서 지지 강도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젠더 이슈보다 부동산, 취업, 생활물가 등 생활 밀착형 경제 문제가 투표 판단의 기준으로 떠올랐고 민주당이 2030 남성 표심을 의식해 젠더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점도 여성층 결집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서울시장 출구조사에서도 30대 여성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섰지만 과거보다 격차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사례는 경기도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안산·성남·의왕·하남·용인 등 주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승리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정당의 정책 방향과 정치적 상징성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지역 현안 해결 능력과 행정 역량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면서도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뽑은 지역이 적지 않았다. 노원·은평·강북·성동구 등에서는 민주당 구청장 후보 득표율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득표율을 웃돌았다. 보고서는 이를 광역행정과 생활 밀착형 지방행정을 구분해 판단한 전략적 교차투표로 해석했다.
세 번째 변화는 서울에서 두드러진 자산투표다. 보고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사실상 '부동산 신탁투표'로 규정했다. 유권자들이 정당 이념보다 자신의 부동산 자산 가치를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부담, 대출 규제, 임대차 시장 불안 등이 자산투표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혔다.
자산 이슈가 높은 지역의 결집력도 서울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두드러졌다. 서울 평균 투표율은 63.57%였지만 송파구(66.87%), 서초구(66.30%), 성동구(66.21%), 양천구(66.07%) 등 자산 이슈가 집중된 지역은 모두 평균을 웃돌았다. 보고서는 강남권의 고밀도 보수 결집이 강북권의 민주당 우세를 상쇄하며 서울시장 선거 승패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유권자 변화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진화"라며 "이제는 정당도 이념이 아니라 국민의 이득과 복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로 기성세대 비중이 여전히 큰 만큼 전환이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미래 지향성은 점점 그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며 "이해관계가 세분화하고 다원화하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한국 정치도 다당제로 가야 한다. 이념을 중심으로 한 양당 체제는 거의 끝물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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