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가 중·저신용자를 위한 생활안정자금 대출 공급에 다시 나섰다. 사진은 저축은행 로고./사진=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업계가 중·저신용자를 위한 생활안정자금 대출 공급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에 맞춰 주요 저축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으면서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서민·취약차주의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저축은행, OK저축은행, SBI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은 최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생활안정대출' 판매를 시작했다.

이번 상품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표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자금은 아니며, 저축은행들이 자체 재원과 심사 기준에 따라 취급하는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이다.


대출 대상은 취급 시점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 차주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NICE 889점 이하, KCB 875점 이하가 해당된다. 차주별 대출 한도는 전 금융기관 합산 최대1000만원이다. 각 저축은행은 신용정보원 조회를 통해 차주의 기존 대출 잔액과 잔여 한도를 확인하고 자체 심사를 거쳐 최종 한도를 정한다.

금리는 1차 출시기관 기준 연5.9~15.27% 수준이다. 최고금리는 기존 중금리대출 최고금리인 연16.51%보다 1.24%포인트 낮췄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 상단을 낮추는 방향으로 상품 구조를 설계했다.

대출 신청은 저축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영업점, 전화, 온라인 대출비교 플랫폼 등을 통해 가능하다. 신청 조건은 저축은행마다 차이가 있다. 주로 재직기간 3개월 이상, 연소득 1200만원 이상인 직장인이나 소득 증빙이 가능한 차주가 대상이며 일부 저축은행은 프리랜서와 주부까지 대상을 넓혔다.


생활안정 목적을 벗어난 자금 사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차주는 대출 실행 시 1년 또는 대출 전액 상환 시까지 주택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약정을 어기면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하며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과 해당 중금리 생활안정대출 이용이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품 출시를 계기로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공급 기능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연체율 상승,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으로 신용대출 영업을 보수적으로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중·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부담도 적지 않다. 최근 증시 활황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이어지면서 일부 저축은행은 연4%대 정기예금까지 내놓고 있다.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상품은 기존 중금리대출보다 금리 상단을 낮춘 데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익성과 건전성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서민 자금 공급에 나서는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리스크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지는 셈이다.

실제 공급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지도 지켜봐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그대로 적용되는 데다 저축은행들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대출 확대보다는 생활자금이 필요한 차주를 선별해 지원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참여 기관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1차 출시기관 외에 14개 저축은행이 순차적으로 상품을 내놓고 은행, 카드, 캐피탈 등 다른 업권도 중금리 생활안정대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중금리 대출은 민간 금융회사가 서민층에게 합리적인 금리로 필요한 자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재정과 민간이 조화롭게 협업하여 저신용자와 중신용자를 모두 함께 지원하는 진정한 포용금융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