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 평균은 1527.3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555.8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약 17년3개월만 최고치다. 최근 환율은 미국 물가 재상승 우려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가 맞물리며 1550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증권가는 공통적으로 단기적인 환율 상방 리스크가 예상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해외 패시브 펀드의 리밸런싱 매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역대 최대 무역흑자에 맞먹는 수준인 만큼 3분기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둔다는 것은 반드시 1600원까지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1560원을 넘어설 경우 어디에서 환율이 제어될지 알기 어려운 만큼 심리적인 상단을 넓게 설정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1600원은 거시경제 변수나 기술적 분석으로 산출한 목표치가 아니라 상방 위험을 감안한 심리적 상단"이라며 "지금처럼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고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시장 개입 시점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들도 달러 강세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매파적인 연방준비제도(Fed)와 견조한 미국 경제가 당분간 달러 강세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구조적인 달러 유출 압력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우세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1560원 부근에서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외환당국 경계감이 환율 상승 속도를 일부 제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일본 엔화 약세도 변수로 꼽았다. 그는 "슈퍼 엔저가 이어질 경우 원화 역시 동반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엔화 약세가 겹칠 경우 원/달러 환율 상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수급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인 원화 약세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외투자가 확대되면 외환 수요가 늘어나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해외자산에서 발생한 투자소득은 환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투자소득이 국내로 송금되지 않고 해외 현지에 유보·재투자될 경우 외환 공급 효과가 제한되면서 환율 상방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일본 사례도 함께 제시했다. 일본은 해외투자 확대와 함께 투자소득이 크게 늘었지만 상당 부분이 해외에 재투자되면서 실제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는 달러는 제한됐고, 이는 엔화 약세의 구조적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역시 생산성 둔화와 고령화로 해외투자가 지속될 경우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반기에는 미국 물가와 고용지표가 환율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문 연구원은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오버슈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미국 물가가 둔화되고 달러 강세가 꺾이는 변곡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1500원대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환율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은 달러"라며 "미국 물가가 안정되면서 연준의 긴축 기대가 완화돼야 원/달러 환율도 본격적인 하향 안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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