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세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3%로 높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시화되면서 적극적인 재정 운용과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년 만에 최고치인 3%, 경상성장률은 12.3%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에서 3%로, 경상성장률은 4.9%에서 12.3%로 상향했다.

구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으로 '3·4·5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순풍이 불 때 더 먼 바다를 건널 배를 준비해야 한다"며 "잠재성장률 3%, 세계 수출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목표로 대한민국 대도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2%를 밑도는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구 부총리는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도전적인 목표지만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산업구조를 대전환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71%로 전망했다.

정부는 세계 수출 4강 달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구 부총리는 "현재 수출 규모는 세계 5위로 그렇게 높은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연간 수출이 1조달러를 넘어서면 한국은 중국·미국·독일에 이어 이를 달성한 네 번째 국가가 된다.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목표와 관련해서도 "올해 이미 4만달러에 근접했다"며 달성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6855달러였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448억2000만달러로 사상 처음 400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률도 80%에 육박하면서 올해 경상성장률은 3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12.3%가 예상된다. 지난 5월 반도체 가격은 1년 전보다 163.3% 상승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 장관,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 /사진=뉴시스
정부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 리스크'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구 부총리는 "석유 최고가격 적정 운용과 고환율 부담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 저금리 정책금융 등을 통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제 해제를 검토하고, 3기 신도시 1만2000가구를 하반기 착공하는 한편 국민 의견을 수렴해 부동산 거래세와 보유세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중동전쟁 이후 경제 전략과 관련해 "거시경제·금융·외환시장·부동산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하반기 공급 차질이 완화되면 재정 집행을 확대하고,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는 미래대응기금 등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과 인재 육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인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과 양산을 지원하고 AI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AI 허브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투자공사(KIC)를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개편하고 국민성장펀드 내 초혁신경제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국가전략기술에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미래형 에너지 분야에 포함하고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상용화 기술과 녹색산업 기술을 확보해 탄소·에너지 자립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녹색대전환 전략은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지역균형발전 전략도 제시했다. 구 부총리는 "3분기 중 '5극 3특' 권역별 성장엔진을 선정하고 메가특구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겠다"며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지원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기능의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는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도 언급됐다. 정부는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당국은 내국세 연동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육당국은 교부금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1인당 교부금과 교부금 총액은 줄이지 않겠다"며 "다만 학령인구 감소는 제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