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생산적 금융'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부터),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김석찬 NH투자증권 부사장이 15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AFPRO 2026'에 참석한 모습. /사진=이예빈 기자
"농협에서 투자받았다고 하면 업계에서 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박람회(AFPRO 2026)'에선 농협의 모험자본이 농식품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판로와 실증, 네트워크까지 연결하는 '생산적 금융'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NH농협은행,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코엑스가 공동 주관한 이번 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농식품 스타트업 행사다. 올해는 약 220개 혁신기업이 참가해 투자설명회(IR), 1대1 비즈니스 미팅, 기술설명회 등 23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기후변화와 농촌 고령화,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서 인공지능(AI)은 이제 농업과 식품산업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AI 대전환(AX)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주인공은 농식품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박람회를 통해 약 76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고, 투자기업들의 매출은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수한 기술이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 자금 지원과 더불어 밸류체인 도움까지"
사진은 로보스 부스. /사진=이예빈 기자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들은 농협 투자의 가장 큰 강점으로 '자금 이상의 가치'를 꼽았다.
축산 자동화 로봇 기업 로보스(ROBOS)는 최근 농식품분야 AI 응용제품 신속상용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로보스 관계자는 "농협으로부터 관련 사업 자금 18억원을 지원받았다"며 "사업이 완료되면 농협이 보유한 공판장과 도축장 등에서 실증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며 "우리나라 최대 농업 밸류체인을 보유한 만큼 함께 성장해야 하는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로보스는 최근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누적 35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약 100억원, 농협이 두 번째로 큰 투자자다. 올해 기술성 평가를 거쳐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배양육 스타트업 팡세 역시 농협 투자가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팡세 관계자는 "지난 1월 농협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며 "일반 벤처캐피털(VC) 투자와 달리 농협이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에서 공신력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이나 투자 협상 과정에서도 '농협이 선택한 기업'이라는 점이 경쟁력이 된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선 자금뿐 아니라 브랜드 효과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밀키트 제조기업 푸코스도 초기 공장 설립 과정에서 농협 자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정재훈 푸코스 대표는 "초창기 제조공장을 지을 때 농협 투자를 받아 기반을 마련했다"며 "현재는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은 AI 같은 첨단기술뿐 아니라 식품 제조와 같은 1차 산업에도 투자하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라며 "우리 같은 식품 스타트업에는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향후 3년 내 농식품 펀드 규모 5000억원까지 확대 예정
사진은 행사 부스 설명을 듣는 송장관과 강행장. /사진=이예빈 기자
농협의 투자 전략은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홍상혁 농식품성장투자단 투자운용팀 과장은 "현재 총 8개 펀드, 3441억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으며 농식품 스타트업의 프리A부터 프리IPO까지 전 성장단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투자 이후에도 시리즈A, 시리즈B 등 후속 투자를 지속하면서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농식품뿐 아니라 미래 혁신 분야에도 투자해 향후 농업과 연계 가능한 산업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농협이 투자한 미래 모빌리티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을 위한 차량용 가상화 및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페르세우스도 참가했다. 페르세우스는 최근 시리즈B 투자에서 약 160억원을 유치했으며 이 가운데 50억원을 농협이 투자했다. 회사 측은 "확보한 자금은 AI 인프라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 사업 영역 확장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3441억원 규모의 농식품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3개 기업에 총 1987억원을 투자했다. 농협은행은 향후 3년 내 농식품 펀드 규모를 5000억원까지 확대해 AI·애그테크·푸드테크 등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