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신현송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향후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전에 한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건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3년 1월이다. 한국 경제가 3년 6개월 만에 다시 통화량을 조이는 긴축의 시대를 맞았다.
금통위는 "성장세가 수출과 투자 중심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고 금리인상 이유를 밝혔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외국인 주식매도에 따른 고환율, 이들의 영향을 받은 3%대 고물가와 과중한 가계대출 등을 반영해 결정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으로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릴 거란 점도 고려됐다.

하반기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은도 더는 인상을 미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3.5∼3.75%로 이날 인상한 한국보다 여전히 1%포인트 높다. 미국과 금리차가 클수록 원화 가치는 약화돼 1500원 안팎을 오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더 큰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은 이미 고물가, 고환율에 대응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을 시작했다.


문제는 향후 이어질 금리 인상이 대출받아 집을 산 중산층,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에게 곧바로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받은 사람 한 명 당 연간 이자부담이 59만 원 늘어난다.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을 이용해 주식에 '영끌'한 투자자들도 이자의 압박을 받게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3.7% 오르는 상황에서 이자까지 높아지면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견디기 더욱 어려워진다.

한은은 긴축에 시동을 걸었지만 정부는 확장 재정을 강조하는 상황인 만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상충도 걱정거리다. 정부는 반도체 특수로 늘어난 세수를 활용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내비치는 한편, 내년에는 '800조 원+α' 슈퍼예산을 짜겠다고 한다. 한쪽에선 고통을 감내하며 돈줄을 조이는데, 다른 쪽은 씀씀이를 늘리는 바람에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물가와 환율이 다시 들썩이는 일이 없도록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