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작년보다 7.6% 늘어난 3만9164달러로 4만 달러에 약간 못 미칠 전망이다. 다만 올해 들어 현재까지 1487원인 원-달러 평균 환율이 하반기 중 하락해 연평균 환율이 1456.1원 아래로 떨어지면 올해 사상 처음 4만 달러를 넘길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서비스의 달러 환산 가격이 높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올해 1인당 소득이 4만 달러를 넘는다면 2014년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한 후 12년 만이다.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돌파한 이른바 '4050클럽'에 진입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5개국뿐이다. 이중 일본은 몇년 전부터 엔화 약세로 3만 달러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대만은 TSMC 등 반도체 기업의 약진으로 올해 4만5000달러를 돌파하며 한국과 격차를 벌릴 전망이지만 인구 규모는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친다.
4050클럽 진입은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서 한국의 면모를 확인시켜줄 좋은 계기다. 하지만 그 이면에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 중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30% 수준에서 올해 1분기 51%로 높아졌는데, 전체 고용 중 IT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2.6%뿐이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반도체로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미다. 급속한 AI 전환마저 청년층이 선호하는 IT 기업 신규 일자리를 빠르게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 경제가 4만 달러 이후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초호황의 '일시적 과실'을 차세대반도체, 소형모듈원전(SMR), 바이오 등 새 성장동력과 기술혁신에 과감히 재투자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의 보고인 금융·의료 등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호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노조·주주·지역사회가 기업 이익에 대해 분배 요구를 먼저 쏟아내는 게 현실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기업더러 투자하라고 하지만, 성장하는 기업을 도와주는 제도는 많지 않다"고 토로할 정도로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 문제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을 놓고 한국은행은 1960년대 북해 천연가스 발견의 횡재를 맞은 뒤 오히려 인플레이션, 수출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호되게 고생한 네덜란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막대한 이익과 추가 세수가 '한국형 자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 경제에 모처럼 찾아온 미래 투자의 기회를 5만 달러·6만 달러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지 못하고 제풀에 주저앉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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