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는 그 질문에 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시중 자금은 빠르게 움직였다. 은행 정기예금에서는 수십조 원이 빠져나왔고, 투자자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예금보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이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을 지배했다. 당시 시장에는 "현금은 쉬고 있는 돈"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예금을 해지하고, 채권 비중을 줄여 주식으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장은 늘 사람들의 확신이 가장 커졌을 때 방향을 바꾼다. 최근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자금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상승장에서 위험자산으로 향했던 자금은 다시 현금을 찾기 시작했고, 불과 얼마 전까지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이제 "더 늦기 전에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사람의 마음이 바뀐 것일까? 생각해 보면 자산의 가치는 며칠 사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가격이고, 그 가격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이다.
미국 투자자 행동을 연구하는 DALBAR의 장기 분석은 이러한 현상을 숫자로 보여준다. 1987년부터 2016년까지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11.5%였지만,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약 4%에 머물렀다. 시장이 부진했던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행동이 수익률을 낮춘 것이다. 시장이 충분히 오른 뒤 뒤늦게 투자하고, 하락이 시작되면 공포를 견디지 못한 채 시장을 떠나는 패턴이 반복된 결과다. 행동경제학은 이를 손실회피(Loss Aversion)와 추격매수(FOMO)로 설명한다.
사람은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이익에서 얻는 만족보다 훨씬 크게 인식한다. 그 결과 상승장에서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하락장에서는 기회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결국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시장의 변동성보다 투자자의 심리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세계 주요 연기금의 운용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글로벌 연기금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인프라, 대체투자, 현금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이는 시장을 더 잘 예측해서가 아니라,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는 미래를 맞히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미래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더라도 자산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이다. 많은 사람들은 포트폴리오를 자산을 여러 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본질은 자산을 분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확신을 분산하는 일이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생각을 경계하고, 한 번의 판단이 틀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가지고 올 수익보다 연평균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큰 손실을 제한한 포트폴리오가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는 경우가 많다. 복리는 높은 수익률을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끊기지 않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50%를 잃으면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100%를 벌어야 한다. 하지만 큰 손실을 피한 투자자는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 기다릴 수 있는 사람만이 다시 복리의 시간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최고의 투자자를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조금 다른 답을 들려준다. 대공황도, 글로벌 금융위기도, 코로나19 팬데믹도 결국 지나갔다. 그 과정에서 미래를 정확히 맞힌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반면 시장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들은 결국 다음 상승장을 만났다. 그래서 워런 버핏은 평생 수익보다 손실을 먼저 이야기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말한 '잃지 않는 투자'는 돈을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투자자를 시장에 끝까지 남게 하는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시장은 반복해서 우리를 시험할 것이다. 상승장에서는 더 큰 확신으로, 하락장에서는 더 큰 공포로 투자자를 흔들 것이다. 그때마다 자금은 다시 위험자산으로 몰렸다가 안전자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은 변해도 투자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투자의 본질은 미래를 맞히는 일이 아니다. 미래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끝까지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워런 버핏이 평생 강조했던 '잃지 않는 투자'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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