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훨씬 좋아진 형사소송법' 문구가 적힌 자료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검찰 수사권을 72년 만에 완전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목적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다. 국가의 형벌권 남용을 막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 또한 핵심 가치다. 그만큼 국민의 일상과 권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은 3일 국민보고회를 열어 개정된 형소법이 "훨씬 좋아졌다"고 자평했지만, 여러 논란과 쟁점에도 불구하고 '빛의 속도'로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국민적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예상되는 허점을 미리 보완하고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정합성을 갖추는 일이 지금부터의 과제다.
우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경찰의 '암장'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으면 검사는 사건 자체를 인지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개정안은 아동학대와 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는 모두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했다. 검사가 필요하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낸 사건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다시 수사할지는 의문시된다. 특히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급증하는 민생범죄 피해자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할 장치도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개정안은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충분한 보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보완수사가 부실할 경우 검사가 해당 경찰관의 직무 배제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사건의 완결성을 최대한 높여 검사에게 송치하겠다"고 밝히고, 경찰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시행 과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찰 스스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 권리 보호 장치도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검사가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고소인을 면담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렇게 확보한 진술과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경우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이를 직접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변호사 선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특히 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별개로 '헌법의 강'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검사의 영장 신청권이다. 헌법 12조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시 '검사의 신청에 의해'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개정 형소법은 '경찰이 신청해야' 검사가 청구하도록 했다. 검사의 헌법상 영장 신청권을 사실상 경찰의 판단에 종속시킨 것 아니냐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주체는 여전히 검사인 만큼 문제 없다는 반론도 있다. 어느 쪽이든 헌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수사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형사사법 체계의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도 시급하다. 현재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률만 18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성폭력범죄에서 전담 검사가 피해자를 조사하도록 한 규정 등이 대표적이다. 특검 제도와의 관계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검사는 공소청 소속 검사와 달리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특검이 사실상 상설화되는 현실에서 개정 형소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경찰 조직의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경찰청은 최근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해 1차로 1900명을 수사 부서에 배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확대된 권한에 걸맞은 수사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이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고 통제할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막판에 추가된 '공소기각' 사유 확대 논란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법원이 유무죄 판단 없이 재판을 종결할 수 있는 사유를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중대한 위법 수사',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 등으로 확대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이슈와 맞물려 불필요한 정치적 의심을 자초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형소법 전반에 대해 "부작용이 생기거나 실상과 맞지 않다면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는 70여 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수술이다.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법적 혼란을 겪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는 일이다. 시행 전이라도 예상 가능한 허점부터 최대한 메우고, 문제가 드러나면 신속히 보완하는 것이 입법의 마지막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