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사진=뉴시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겹친 가운데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려 있어 차주의 이자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4.74~7.50%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 연 4.26~7.10%, 6월 말 연 4.37~7.37%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다. 두 달 사이 금리 하단은 0.48%포인트, 상단은 0.40%포인트 오른 수치다.

변동형 주담대의 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05%로 전월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2.94%로 0.05%포인트,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2.54%로 0.04%포인트 각각 올랐다.


코픽스가 오르면서 신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상승하고, 기존 변동형 주담대 차주도 금리 재산정 시점에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고정형에 이어 변동형 주담대에도 금리 상승 압력이 번지고 있는 셈이다.

금리 상승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졌다. 지난 7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9791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조183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 4조1379억원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연속 4조원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견인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17조9411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7955억원 늘었다. 지난해 8월 3조7012억원 증가한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높이며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주택 매수와 입주 등에 따른 대출 수요가 이어지면서 증가세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이나 우대금리 축소 등 추가 관리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은 추가 인상 가능성…주담대 금리 상단 더 높아질 듯
주담대 금리를 더 끌어올릴 통화정책 변수도 남아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오는 27일 다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시장에서는 물가 흐름에 따라 한은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백투백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내려왔지만 세부 지표에서는 기조적인 물가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3.1%, 6월 3.2%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뒤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6월 3.41%에서 7월 2.55%로 크게 둔화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농축수산물 출하량 증가, 정부의 가격 안정 대책 등이 전체 물가 상승 폭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2.48%에서 2.61%로 반등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도 2.44%에서 2.51%로 높아졌다. 전체 물가와 생활물가는 둔화했지만 기조적인 물가 압력은 오히려 커진 것이다.

한은도 물가 흐름에 대한 경계감을 유지했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했다고 분석하면서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일부 이동통신사의 대규모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을 받아 7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헤드라인 물가가 2%대로 내려왔지만 근원물가가 반등한 데다 8월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번 지표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낮추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실제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추가 인상 기대가 은행채 금리에 얼마나 선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지면 채권금리가 먼저 오르면서 은행의 조달비용과 주담대 금리가 금통위 결정 전부터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강해질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7%대 중반까지 오른 상황에서 추가 상승이 현실화하면 신규 차주는 물론 금리 재산정 시기를 맞은 변동금리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둔화만 보면 단기적으로 금리 하락 재료로 해석할 수 있지만 정책과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은 근원물가와 서비스물가"라며 "에너지 가격 하락이 없었다면 물가 둔화 폭은 훨씬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측 물가가 안정되는 가운데 근원물가와 개인서비스 물가가 상승한 점은 한은 총재가 강조해 온 서비스물가와 2차 파급효과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이달뿐 아니라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