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토종 속옷 브랜드 비비안이 기능성 브랜드 '샌디즈'를 앞세워 세대교체에 나섰다. 김동원 비비안그룹 미래전략실 대표이사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비비안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샌디즈는 단순한 신제품이 아닙니다. 비비안이 70년 동안 쌓아온 기술과 철학을 다음 세대로 잇는 브랜드입니다."
김동원 비비안그룹 미래전략실 대표이사(48)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70년 역사의 토종 속옷 브랜드 비비안이 MZ세대를 겨냥한 기능성 이너웨어 브랜드 '샌디즈'(Sandies)를 앞세워 다음 70년 성장에 나섰다. 샌디즈는 모래(Sand)의 특성에서 착안해 탄생한 기능성 이너웨어 브랜드다. 체형 보정보단 편안한 착용감과 기능성, 일상 속 기본에 집중하는 것을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웠다.

대한민국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수출기업이었던 비비안은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를 바탕으로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처음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2025년까지 4년 연속 2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외형을 유지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샌디즈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비비안의 경쟁력은 단순히 오래된 브랜드라는 점이 아니라 오랜 시간 소비자에게 검증받은 기술력과 신뢰"라며 "샌디즈를 통해 새로운 세대와 함께 비비안의 다음 7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70년 섬유 역사의 신뢰, '상생 경영'으로 치열한 시장 버텼다
1957년 설립된 비비안은 국내 속옷 산업의 성장사를 함께 써온 기업이다.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성장했다. 1970~1980년대에는 미국 시장에 연간 브래지어 800만장을 수출하는 등 국내 대표 섬유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동탑·은탑·금탑산업훈장을 잇달아 수훈했다. 1973년 자체 브랜드 '비비안'(VIVIEN)을 선보인 이후에는 국내 최초 팬티스타킹과 보정속옷, 임산부 전문 브랜드 등을 출시하며 국내 여성 란제리 시장을 선도해 왔다.

그 사이 시장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해외 브랜드와 SPA 브랜드,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으로 국내 속옷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수많은 토종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가운데 비비안은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동원 비비안그룹 미래전략실 대표이사가 새 브랜드인 샌디즈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 대표는 그 배경으로 '상생 경영'을 꼽았다. 그는 "기업이 수익을 높이는 방법은 많지만 협력업체나 판매 현장, 직원들의 몫을 줄이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았다"며 "수십 년 동안 함께해 온 거래처와 소비자가 있었기에 비비안도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비비안은 오랜 기간 구축한 전국 유통망과 거점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 주요 상권에 확보한 매장과 사옥, 물류 거점은 여러 차례 업황 침체기 속에서도 회사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됐다.

여기에 누적 15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며 토종 애국기업으로서 소비자 신뢰를 쌓아왔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출산장려 캠페인을 비롯해 미혼모와 취약계층 여성 지원, 재난 구호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왔다. 대한적십자사가 수여하는 최고 단계 공로포상인 '최고명예대장'을 받은 것도 이 같은 활동의 연장선이다.
샌디즈로 세대교체 나선 비비안…"다음 70년 준비"
김 대표가 가장 강조한 것은 과거보다 미래였다. 비비안이 최근 선보인 샌디즈는 단순한 신규 브랜드가 아니다. 기존 비비안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면 샌디즈는 10~30대 소비자를 겨냥해 개발된 전략적 브랜드다. 70년 동안 축적한 기능성 기술력을 새로운 세대와 연결하기 위한 비비안의 미래 성장 전략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샌디즈는 젊은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첫 브라를 착용하는 청소년부터 운동과 일상, 임신·출산기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생애주기 전반을 함께하는 브랜드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했다.

제품 개발 철학 역시 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기성과 흡습성, 착용감, 피부 자극 최소화 등 소비자가 실제 착용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요소를 제품 개발의 중심에 뒀다. 특정 연구조직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품기획과 생산, 제조, 유통, 매장 등 전 부서가 소비자 의견을 공유하는 '전사적 연구 문화'를 바탕으로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최근 속옷 시장은 디자인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지만 비비안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며 "디자인보다 기능, 마케팅보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소비자가 입었을 때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비안의 역사는 결국 소비자와 함께 만든 역사"라며 "샌디즈가 그 연결고리가 돼 새로운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비비안은 기술과 품질로 성장했고 상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이제 샌디즈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와 연결되며 또 한 번의 세대교체에 도전하고 있다. 70년 토종 브랜드가 써 내려갈 다음 성장 스토리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