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외교부가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선결 과제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핵추진 잠수함 연료에 필요한 핵연료 농축·재처리를 위해서는 협정 개정이 필수지만 이를 논의할 2차 한미 안보협의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쿠팡 사태와 대미 투자 이행 지연 등 한미 현안이 쌓인 가운데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한미 관계 개선에 나선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26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요건을 확보하기 위한 한미 협의를 가속하고 농축·재처리 추진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조선 등 전략 분야 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의 경제·통상 현안은 긴밀히 조율하면서 호혜적인 협력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미 2차 안보협의는 당초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연기된 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합의했지만 후속 안보협의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당초 올해 초 열릴 예정이던 1차 안보협의도 지난 6월에야 개최됐다. 외교가에서는 쿠팡 사태가 미국 조야에서 자국 기업 차별 문제로 인식되고, 지난해 합의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이행도 지연되면서 한미 관계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외교가에서는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전날 조 장관을 예방하며 공식 활동을 시작한 만큼 한미 현안 해소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스틸 대사는 정치인 출신이자 한국계로 한미동맹 강화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스틸 대사는 2024년 연방 하원의원 3선 도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쿠팡 사태에 대한 스틸 대사의 인식은 변수다. 스틸 대사는 지난 5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쿠팡 등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이 누리는 것과 동일한 시장 접근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완수를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한미 국방당국 간 협의도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 내에서 한국의 조기 전작권 전환에 우려가 제기되는 점을 고려해 미국 조야와 학계 등을 상대로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외교 활동도 병행한다.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다변화를 위한 다자협의체 'FORGE'와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공급망 협력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통한 경제안보 협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북한이 조건부로 북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고 제3국과 국제기구를 활용한 대북 소통 채널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공존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유엔총회 등 다양한 계기를 활용해 대북 관여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