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9원에서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난달 7일 1514.09원으로 장을 마무리한 원/달러 환율은 17일 1487.93원, 27일 1465.07원으로 낮아진 데 이어 이달 들어 1420원대까지 내려왔다. 불과 지난 6월까지만해도 고환율 흐름은 이어졌다. 지난 6월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약 1528원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과거와 달리 경상수지 개선만으로는 더 이상 환율 방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으로 모두 흘러 들어오지 않고 해외로 재유출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품수지도 478억9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경신하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이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금융계정에선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와 해외 증권투자가 확대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달러가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상쇄된 것이다. 지난 6월 금융계정을 보면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80억1000만달러, 해외 증권투자는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263억2000만달러 감소했고, 이 가운데 국내 주식투자는 316억1000만달러 줄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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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결정 축, 실물경제에서 금융계정으로 이동" ━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흐름을 설명하는 핵심 축이 실물경제에서 금융계정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한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률이나 기준금리, 반도체 수출,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변수와 환율 간 설명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환율의 설명력이 과거 실물경기에서 현재는 금융계정으로 옮겨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그는 "해외주식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급증과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보유 등으로 경제주체들의 달러 선호가 크게 강화됐다"며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으로 환류되는 규모가 과거보다 약해지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2014년 순대외채권국으로 전환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자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해외자산 취득을 위한 구조적인 달러 수요를 동반하는 만큼 환율의 평균 수준과 변동 밴드도 과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인 건 증권투자를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해외에서 발생한 투자소득의 현지 유보 및 재투자가 달러 공급을 제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20년 이후 해외 증권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통계상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돼도 실제 외환시장 수급 개선과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대외 경기차와 금리차 축소, 달러 공급 개선 등이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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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달러 예금·시장 기대심리도 변수━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현상도 환율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기업의 달러화 예금은 855억8000만달러로 전월보다 증가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은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 기대가 약화되거나 국내 투자와 배당 등 원화 수요가 늘어나면 이 자금은 잠재적인 달러 공급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향후 환율은 대외 변수뿐 아니라 기업 달러 예금의 움직임과 시장의 기대심리가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화 강세 역시 경상수지보단 금융시장 수급 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환전,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네고), 미국과 한국·일본의 환율 정책 공조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ADR 환전과 네고 물량은 일시적인 수급 요인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달러 공급 효과는 점차 약해질 수 있다"며 "미국이 아시아 통화의 과도한 약세를 용인하지 않는 정책 기조는 원화 약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적인 해외투자 확대와 달러 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과거처럼 경상수지 흑자만으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국면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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