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20층 직원 식당. 요리사 복장을 한 서진원 행장은 새해 인사와 함께 직원들에게 직접 배식을 했다. 이번 행사는 행장 취임 후 직원들과 첫 스킨십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새해를 맞아 경영진의 '열린 소통' 의지를 전달하겠다는 것.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행사를 통해 신임 행장 및 경영진에게 보다 더 친근감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2월30일 신한은행의 수장을 맡은 서진원 행장이 새해 벽두부터 '통합과 화합'을 앞세우며 조직 추스르기에 적극 나섰다.
신한금융을 이끌었던 핵심 3인방이던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의 갈등으로 벌어졌던 신한사태를 수습하고 조직을 통합하는 중책이 이제 서 행장의 몫이 된 것이다. 서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난 시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에 붙잡혀 헤어나지 못할 것인지의 갈림길을 맞게 될 것"이라며 "은행 내부로부터 단합된 힘을 끌어올려 미래를 향한 용기 있는 도전에 다같이 나서자"고 독려했다.
◆ 내분으로 무너진 조직통합 이끌 구원투수
서진원 행장의 취임은 깜짝 인사로 꼽힌다. 인사 전날까지도 하마평에 올랐던 유력 후보를 제치고 전격 발탁되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서 행장은 당초 그리 주목받지 못한 후보였지만, 세대교체보다 조직 화합과 안정이 강조되면서 기류가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백순 전 행장의 업무 공백을 메우면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구원투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서 행장의 임기는 이 전 행장 잔여 임기인 2012년 3월 주총까지로 정해졌다. 앞으로 1년3개월간 신한은행을 이끌게 된 서 행장의 최우선 당면과제는 분명하다. 지난해 9월2일 신한은행의 신상훈 전 사장 고소 이후 분열됐던 조직을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행 내부적으로 지지파가 서로 나뉘어 깊어진 갈등의 골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탕평 인사가 가장 시급하다는 게 신한 안팎의 중론이다.
새해 본격화되는 은행권 판도 변화에 따라 경쟁력 향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 행장은 이미 알려진 경쟁의 룰이 아닌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창조할 것을 주문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Only One 신한'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 행장은 "고객 중심으로 강한 현장을 재건해야 한다"며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 영업 조직 제도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중심, 현장 지향 원칙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신한사태로 불거진 정부 및 금융감독당국과의 관계 재정립도 넘어야 할 큰 숙제다. 이러한 신한사태 수습과 조직안정 면에서 볼 때 서 행장은 은행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 행장은 평소 전략적인 모습을 지녔으면서도 이면으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대인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응찬 전 회장의 신임이 두터움에도 불구하고 신한사태의 해결과정에서는 중립을 지켰다. 이에 조직원들을 폭넓게 포용하면서 신한은행의 재기를 이끌 수장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
강력한 추진력도 돋보인다. 서 행장은 신한지주 부사장 재직 시절 LG카드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신한지주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켰고, 신한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지난 2007년 이후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신한생명의 급성장을 이끌어냈다.
서 행장은 신한생명 사장 취임 후 3년 만에 신계약 월초보험료 마켓쉐어(MS)를 9위에서 4위로 끌어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60% 이상 신장시켰다. 또 보험금지급능력 평가에서 업계 최고등급인 AAA를 3년 연속 획득하는 등 규모뿐만 아니라 내실에서도 중위권 생보사인 신한생명을 선두권으로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신한 2.0' 시대 열수 있을까
서 행장의 취임으로 새해 신한은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단 새 행장 선임으로 지배구조 이슈가 일단락된 것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신영증권은 "신한지주가 올해 은행권 최고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고, 동부증권은 "신임 신한은행장 선임은 시스템 안정성 유지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행장이 전격 선임됨에 따라 차기 신한의 지배구조 개편과 새로운 회장 선임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새 회장 선임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신한의 차기 회장은 오는 2월 말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개방과 공유, 참여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신한 2.0' 시대를 천명했다. 국내 금융계에서 급성장해 온 지난 30년이 버전 1.0이었다면, 이제 새롭게 맞이할 신한의 2.0시대는 오는 3월 취임할 새 회장과 더불어 서 행장이 그 첫걸음을 떼게 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출발한 서진원號가 '신한2.0'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서진원 행장은
51년생으로 경북 영천 출신으로 계성고등학교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서울신탁은행에서 금융인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서 행장은 1883년에 신한은행에 입행해 이후 신한은행의 고속 성장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해왔다. 2004년 신한은행 부행장, 2006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한 뒤 2007년부터 신한생명 사장으로 근무해왔다.
타고난 건강 체질로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체력을 갖고 있으며 취미는 등산이다. 종교는 불교이며 부인 이영희 여사와의 슬하에 1남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