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에 A380의 바람이 무섭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6월부터 인천-도쿄(나리타), 홍콩 노선에 A380 도입을 확정한 데 이어 올들어 아시아나항공도 2014년부터 이 기종을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한대당 가격이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이 여객기의 국내 물량은 16대다. 대한항공이 2014년까지 10대, 아시아나항공이 2017년까지 6대를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최고급 항공기 도입 경쟁이 점화되는 양상이다.
제작사인 에어버스에 따르면 1월까지 전 세계 18개사로부터 240대의 주문을 받았다. 2007년 싱가포르항공의 인도를 시작으로 에미레이트항공, 콴타스항공, 루프트한자 등 세계 유수의 항공사가 연이어 이 항공기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표적 저비용항공사인 스카이마크항공도 A380을 구매했다. 저비용항공사가 이 기종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업계는 왜 A380 도입에 목말라할까? 하늘 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A380의 매력을 살펴봤다.
◆A380의 장점은
A380은 현존하는 가장 큰 여객기다. 길이 72m, 높이 24m에 이른다. 게다가 2층으로 만들어졌다. 크기가 같은 비행기 2대를 포개놓은 것처럼 1~2층의 공간차이는 거의 없다. 활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다양한 공간 활용은 주로 퍼스트클래스석에서 두드러진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퍼스트클래스석(14석)에 샤워스파에서부터 개인 미니바까지 뒀다. 2개로 구성된 샤워스파에는 15.4인치 LCD 스크린이 설치된 샤워부스를 비롯해 열선이 내장된 바닥과 가죽의자가 구비돼 있다. 좌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장착됐고 빌트인 구조의 업무용 책상까지 한 몸으로 설치됐다. 호텔에서나 볼 법한 개인 옷장과 미니바도 좌석에 구비된 서비스다.
싱가포르항공은 이 기종의 퍼스트클래스인 스위트석을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했다. 미닫이문이 달린 ‘밀실’이나 다름없는 형태다. 모두 12개인 이 클래스에는 좌석을 변형하지 않는 단독 침대가 제공된다. 커플용 좌석은 더블침대로도 변형이 가능하다.
일부 항공사는 칵테일바나 기내면세점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 공간이 넓어지면서 서비스 아이템도 속속 늘어나는 것이 A380의 요즘 활용패턴이다.
에어버스는 경쟁 기종보다 뛰어난 연료 효율이 이 기종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에어버스가 운항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전까지 점보여객기로 명성을 쌓아온 보잉747-400도 A380에 미치지 못한다. A380의 좌석당 연료소비량은 747-400에 비해 20%가량, 747의 최신 기종인 747-8에 비해 8%가량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높은 연료효율이 A380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또 A380은 747-400에 비해 최대 비행거리가 1100해리가 길고, 이·착륙에 필요한 거리는 각각 17%, 11%가 짧다. 소음도 낮다. 747-400에 비해 좌석이 40%가 많음에도 이륙소음은 절반, 착륙소음은 4분의1 수준으로 줄였다.
◆골드노선에 투입되는 점보 여객기
“A380은 정말 최고의 여객기다. 실제 연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고, 수익성 또한 매우 높다. 또 이 기종은 슬롯이 제한적인 공항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A380에 대한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대표의 평가다. 만족감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다.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을 가장 많이 주문한 항공사다. 1월까지 90대의 주문대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2위(20대)인 호주의 콴타스항공에 비해 4.5배나 많다. 현재 운항 중인 항공기 역시 에미레이트항공이 가장 많은 수(15대)를 보유하고 있다.
특별한 점은 현재 가장 많은 A380을 보유하고 있는 에미레이트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을 중요한 시장으로 봤다는 것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2009년 11월 중국과 일본, 태국은 물론, 심지어 파리보다 앞서 인천 노선에 이 기종을 투입했다. 연간 7만명에 이르는 비즈니스 수요를 감안한 결정이었다.
실제 항공사가 생각하는 골드 노선에는 어김없이 A380이 투입됐다. 현재 이 기종을 운항 중인 에미레이트항공, 싱가포르항공, 콴타스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은 런던, 파리, 취리히, 프랑크푸르트, 홍콩, 베이징, 두바이, 싱가포르, 시드니, 뉴욕, 도쿄 등 주요도시에 발을 걸치고 있다.
◆국내 항공사, 프리미엄 경쟁 합류
외국계 항공사의 A380 공세에 국내 항공사도 맞불을 놓을 준비를 마쳤다. 6월1일 도입을 확정한 대한항공은 도쿄를 시작으로 홍콩, 방콕노선에 순차적으로 이 기종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연내 5대를 포함 2014년까지 10대의 A380 도입을 계획한 상태다.
대한항공이 우선 단거리노선에 이 기종을 배치한 이유는 이른바 PR효과다. 수요가 많은 이들 노선에 최고급 항공기를 도입함으로써 고객에게 체험 기회를 넓혀 프리미엄 항공사의 입지를 굳건히 한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전략은 좌석 배치에서 잘 드러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2층 좌석 모두를 비즈니스석으로 꾸몄다. 퍼스트클래스 12석, 프레스티지클래스 94석, 이코노미클래스 301석 등 총 407석으로 채워졌다. 에어버스가 기본 좌석수로 설정한 555석에 비해 148석이 적은 좌석배치다.
만약 모든 좌석을 이코노미석으로 배치한다면 탑승할 수 있는 승객수는 840명까지 가능하다. 그만큼 비즈니스석은 비율이 높아졌고, 이코노미석은 좌석 간 거리가 넓어졌다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2월23일 독일 함부르크 에어버스 공장에서 외관 도장을 끝낸 A380 1호기를 공개하고 인천-도쿄 노선의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뒤질세라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월 A380의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6대다. 아시아나는 이 기종을 미주와 유럽노선에 우선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도입 배경에 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FTA 및 비자면제프로그램 확대 등으로 연 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 태평양 장거리 노선에 대한 공급력 확대를 위해, 또 성장 가속도를 높이기 위해 A380 도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