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분리할 때도 됐다!”

지난 2월 최신원 SKC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뿌리 찾기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SK그룹도 이제는 사촌간 계열분리를 할 시기가 됐다"며 계열분리에 대한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SK그룹을 둘러싸고 있어왔던 최태원(SK그룹 회장) · 최재원(SK그룹 수석부회장), 최신원(SKC 회장) · 최창원(SK케미칼 부회장) 형제간 분가설에 대한 당사자로서의 첫 공개발언이었다.

앞서 지난해 말 SK그룹 주변에선 SK㈜가 SK가스 지분을 SK케미칼에 매각한 것을 놓고 계열분리설이 재점화됐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르는 듯 싶었으나 최근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SK 계열분리’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동생 그룹’인 최재원·창원 부회장이 각각 계열사 주총에서 이사로 동반 등재되면서 계열분리 ‘퍼즐’이 본격적으로 맞춰지는 모양새다. 2011년 상반기에 꿈틀거리는 SK家의 '분가' 움직임, 정말 현실화될까?

◆계열사 사내이사 ‘교차 등재’…교통정리 수순?

지난 11일 SK네트웍스는 서울 명동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같은 날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도 SK가스 사내이사로 신규 임명됐다. 이어 18일에는 최창원 부회장이 SK가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말까지 최재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던 SK가스에서 최창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최신원 회장이 애착을 가진 SK네트웍스에선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사내이사 명단에 올랐다는 점에서 ‘계열분리’를 유추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라 할 만하다.

두 형제그룹간 서로 지배적인 계열사로 평가된 기업을 ‘계열분리’라는 큰 공식에 맞춰 각자의 영향력을 ‘교차 배열’한 듯한 모습이다. SK그룹의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경우 최태원 · 재원 형제가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 등을, 최신원 ·창원 형제는 SKCㆍSK케미칼ㆍSK건설ㆍSK가스 등을 맡을 것이라는 기존 시나리오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그룹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이 계열분리에 대해 직접 언급했듯 SK그룹의 계열분리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큰 틀에 따라 챙겨야 할 계열사들은 챙기고 내줘야 할 기업들은 풀어주는 모습들이 요즘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SK의 계열분리가 아직은 관측 수준이라 해도 이에 대한 재계의 시선은 호의적인 편이다. 역사적으로 SK그룹은 사촌형제간 별다른 잡음없이 화합경영을 해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창업세대인 ‘최종건-최종현’ 형제 체제 때도 형제간 불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을 정도로 자연스런 ‘바통터치’가 이뤄졌다.  



◆계열분리, 넘어야 할 산은…합리적 분리, 금산법 통과 

고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SK家의 2세들을 겨냥해 “내 아들은 5명이다.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아들이든, 조카든 가리지 않고 경영을 맡기겠다”고 했을 만큼 그룹 경영에 있어 형제간 ‘교통정리’가 확실했던 기업이 SK다.

재계에선 계열분리가 현실화된다는 가정 하에 SK그룹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과제로 과거와 같은 확실한 ‘교통정리’를 꼽는다.

최종현 회장의 타계 후 경영권을 물려받은 최태원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글로벌 경영으로 SK를 재계 3위로 끌어올렸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주)를 비롯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을 장악하고 있다.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이번에 SK네트웍스의 이사로 선임되면서 워커힐, SK이노베이션의 석탄사업부문, SK㈜의 부동산사업 부문을 SK네트웍스에 몰아줄 수 있게 돼 SK네트웍스내 지배력이 한층 높아졌다.  

반면 SK家의 장손인 최신원 회장은 1998년 SK유통 부회장으로 취임해 2년 만에 매출액을 56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불리는 경영 성과를 보였으나, 부실했던 SK네트웍스를 살리기 위해 SK 일가의 뜻에 따라 SK유통을 글로벌에 합병시킨 이후부터는 주로 SKC와 SK텔레시스 의 경영에만 관여하고 있다. 동생 최창원 부회장은 기존 SK케미칼에 SK가스 경영권까지 추가로 갖게 돼 이전보다 확실히 영향력이 커졌다.

다만 최신원·창원 형제가 경영하는 계열사들이 외형적인 면이나 그룹내 위상 면에서 최태원·재원 형제에 비해 밀린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방식이로든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특히 최근 SK네트웍스 주총에 참석한 최신원 회장이 “12년 만에 주총에 참석했는데 창업주에 대한 묵념도 없고 성의없이 진행되는 등 창업정신이 흐려졌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열분리 과정에서 차후 잡음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에 있어 SK네트웍스는 남다르다.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설립한 선경직물이 SK네트웍스의 모기업이기 때문이다”며 “지분정리나 계열사 분리 과정에서 양 형제그룹간 이해관계가 잘 조정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의 계열분리와 관련, 국회의 금융-산업 분리 개정안 통과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반지주회사 밑에 금융자회사와 금융손자회사를 둘 수 없는 현행법에 따라 SK네트웍스와 SKC는 보유 중인 SK증권 지분 22.7%와 7.7%를 오는 7월2일까지 처분해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변화가 생긴다면 당연히 지분관계가 얽혀있는 사촌형제간 ‘분가’ 과정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