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돌아왔는데 결국 제자리다. 3월 들어 우리 증시가 그렇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정정불안과 일본 도호쿠 대지진 등 예상하지 못한 대형 악재들이 꼬리를 물었다. "하루하루 개장을 기다리는 것이 지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15일이 피크였다. 일본 지진위기가 원전 위기로 옮겨 붙으며 투자심리는 최악으로 냉각됐다. 장중 1900선이 깨지기도 했다(장중 최저 1882.09). 무서운 기세로 떨어졌다.
반면 회복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틈에 다시 2000선을 회복했다. 채 2주일이 지나기 전에 벌어진 일들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소설 제목처럼 일본과 중동이 눌러놓은 것은 다시 회복되기 마련이다.
이제는 오히려 가격 부담감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시간을 한달만 앞으로 되돌려 보자. 그러면 중동과 일본이라는 열쇠말로는 풀리지 않는 또 하나의 숙제가 나온다.1월 말 2120포인트를 넘보던 지수가 채 열흘이 지나기 전에 1970포인트까지 140포인트 가까이 빠져버렸다.
조금씩 꾸준히 빠져서 그렇지 변동폭은 지난 2주간보다 2배 정도 더 크다. 그 '잊혀진 8거래일' 동안 일어난 일을 제대로 알아야 일본과 중동 등 대외 변수가 진정된 후 우리 증시의 방향이 보인다.
◇'잊혀진 8거래일'의 비밀
중동 이슈가 본격화되기 전인 2월 초 우리 증시의 상황을 복기해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IT와 자동차,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두축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이 기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 지수가 단기고점(2107.87)을 기록한 지난 1월28일에서 단기저점(1977.19)을 기록한 2월11일까지 삼성전자는 9.8%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 6.2%보다 3.6%포인트 낙폭이 컸다.
현대차는 낙폭이 더 컸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10.5% 주가가 빠졌다. 이 기간 동안 기관은 무려 134만87주를 순매도 했다. 외국인도 60만306주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45만8000여주 이상 순매도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1.28%다. 현대차는 3.80%다(3월24일 현재). 주가가 현대차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기아차(2.32%)와 현대모비스(2.61%)까지 합치면, 코스피지수가 이들 기업들의 약세 때문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잊혀진 8거래일'의 비밀을 찾는 힌트는 실적이다. 1월27일과 28일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연이어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이익이 17.3조원(K-IFRS 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58.3% 증가했다.
현대차는 하루 앞선 지난 1월27일 지난해 영업이익이 3.2조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44.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수출 증가 등에 따른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두 회사 주가는 나란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1분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LCD TV와 갤럭시탭의 재고 문제가 불거졌다. 현대차는 다소 보수적으로 제기된 2011년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돌아온 자동차株…결국은 실적
지수가 다시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자동차업체들의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동차 관련주들이 최근의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장중 17만5000원을 단기저점으로 14% 상승했다.
24일 종가가 19만9500원으로 역사적 고점인 20만3000원이 '눈에 들어오는' 가격대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13.1% 주가가 올랐고, 현대모비스도 18.2%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3.97%를 크게 뛰어넘는다.
문제가 실적이었다면 해법도 실적이다. 1분기가 마무리 돼 가면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제기됐던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하나씩 해소돼 가고 있다. 자동차주의 경우 월별로 판매량을 공개하고 있어 실적 불확실성을 보다 빨리 씻어냈다.
김병국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1~2월 판매상황 추이를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연초 사업계획 대비 각각 2%, 8%가량 초과 달성중"이라며 "1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자동차업종의 강력한 펀더멘털 기조에 대한 신뢰가 재차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증권사들의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전망치는 3월 초 7500억원까지 낮아진 수준에서 제시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8500억원대를 전후한 수준에서 추정치가 나오고 있다. 1분기 영업익 컨센서스(와이즈FN 기준)는 8076억원이다.
◇자동차·IT '원투펀치' 지수 상승 이끌까
다시 궁금해지는 것은 지수의 향방이다. 지수가 2000선을 회복한 만큼 자동차주 만으로는 버텨내기가 버겁다. 1월 초 2100선을 넘어설 때 그랬던 것처럼 자동차주가 '시동'을 걸고 IT주가 결승타를 날리는 '원투펀치'에 대한 기대감이 간절하다.
이제는 IT다. 물론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여전히 연초대비 마이너스 수준이다. 그러나 1분기 실적이 바닥을 칠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점차 시장의 관심이 1분기가 아니라 2분기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2분기 이후에는 태블릿PC인 갤럭시탭2 출시가 예정돼 있고, 낸드플래시와 모바일 D램, 모바일용 프로세서인 AP까지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주가도 이미 충분히 저렴한 시점이다. 삼성전자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준비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부진한 1분기가 이제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라며 "점차 2분기 또는 하반기 실적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이제는 오히려 비관적인 스탠스가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를 전후해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며 2분기 이후 실적급증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