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처럼?…정용진 부회장의 '5월 노래'
[CEO In & Out]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김진욱 기자
2,581
공유하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청바지’를 입었다. 지난 3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이마트 법인신설 기념행사장에서다.
정 부회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5월1일부로 신세계그룹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이마트의 비전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세계적인 종합유통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비전의 주요 내용. 15분간 이어진 브리핑에서 그는 재킷에 체크남방, 청바지를 입은 편안한 모습을 드러냈지만 어조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힘찼다. 달라진 이마트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인 까닭에 선포식 바로 전날에는 한 시간 이상 별도의 리허설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마트 웨이’ 공개…독한 경영 나서나
신세계와 기업분할한 이마트가 ‘주식회사 이마트’로 새출발했다. 지난 1993년 11월 1호점인 서울 창동점을 오픈한 이후 18년 만의 독립이다.
올 들어 신세계 그룹의 첫 번째 ‘역사적’ 행보이기도 한 이날 정 부회장은 격식을 차린 정장 대신 캐주얼 차림을 택했다. 법인 출범에 대한 ‘강한 의욕’을 ‘부드러움’ 속에 감춘 듯한 뉘앙스를 풍긴 셈.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정 부회장의 이마트 법인에 대한 독립경영 의지는 남달랐다. 이마트 임직원을 포함해 600여명의 관계자들이 지켜본 가운데 직접 ‘글로벌 종합 유통기업’이란 이마트 법인의 비전을 선포했다. 이어 비전 달성에 필요한 3대 핵심가치(▲고객 중심적 마인드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이마트 웨이(Way)’를 공론화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지난 1월부터 사내 전략담당부서를 통해 이마트 웨이 등 핵심 경영가치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지시했을 만큼 이번 이마트 독립에 대한 사전작업에 열의를 보였다.
올 들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LG웨이’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독한 경영’을 천명하듯, 정 부회장 역시 ‘이마트 웨이’로 이마트를 전투적으로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정 부회장은 비전과 함께 향후 (주)이마트가 뻗쳐야 할 구체적인 사업영역도 공개했다. 기존 사업 분야인 대형마트(이마트) 외에 카테고리 킬러(전문점),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매장), 온라인몰 등 새로운 업태에 대한 진출은 물론, 글로벌 유통기업의 청사진에 맞게 베트남과 중국 등의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기에 이마트의 기업이미지(CI) 역시 18년 만에 처음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이마트 법인화는 정 부회장에겐 ‘영토확장’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편의점처럼 기존에 이마트가 갖고 있지 않은 유통업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이 그렇다”고 분석했다.
◆정유경 부사장과의 투톱경영? “NO!"
이마트의 독립이 현실화된 만큼 이제 정 부회장으로선 백화점과 이마트로 분립된 신세계 그룹의 향후 병립운영에 대한 묘수를 찾는 일이 시급해졌다.
신세계의 백화점 부문은 기존 ㈜신세계로 존속하고 이마트 부문은 신설 법인 ㈜이마트가 됐지만, 정 부회장은 공히 두 법인의 대표이사다. ㈜신세계는 기존 백화점 부문의 박건현 대표와, ㈜이마트는 기존 이마트 부문 최병렬 대표이사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어서다.
일단 이마트 법인 독립과 함께 어느 정도 계열사끼리의 교통정리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의 사업연관성에 맞춰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첼시·광주신세계·신세계의정부 역사는 (주)신세계에, 조선호텔과 신세계푸드·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건설·스타벅스코리아·신세계L&B·이마트중국 현지법인 등은 (주)이마트에 귀속되는 구도가 예상된다.
다만 신세계의 분할을 놓고 이마트는 정 부회장이, 백화점은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각각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만큼, 과연 정 부회장이 이마트-백화점을 동생과 분리, 경영할 것이냐가 관심사다.
2009년 12월 정 부회장과 동시에 현재의 자리로 승진한 정유경 부사장은 승진 이전에는 주로 조선호텔 관련 업무을 해왔지만 신세계 부사장 취임 후 백화점 사업 부문에 주력하며 점차 경영자로의 보폭을 넓혔다. 2010년만 해도 부산 센텀시티 오픈을 진두지휘하며 신세계백화점의 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정 부회장은 이같은 그룹의 분할경영 가능성에 대해 최근 일축하는 발언을 남겼다.
지난 4월28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열린 개점 27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는 “신세계의 의사결정은 이명희 회장과 구학서 회장, 그리고 내가 지금과 똑같이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정 부사장은 디자인 등 전문적인 업무 차원에서 경영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킴스마트 인수, SSM 논란 휘말릴 듯
계열분리 작업과 함께 그동안 크게 휘말리지 않았던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에 신세계가 가세했다는 점 역시 최근 정 부회장을 둘러싼 이슈다. 지난 2일 이랜드그룹이 소유 중인 킴스클럽마트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를 선정한데 따른 논란이다.
그동안 신세계는 골목상권을 놓고 중소상인과의 마찰이 계속되자 SSM 신규출점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에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게 되면서 우회적으로 SSM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비난에 부딪히고 있다.
만약 신세계가 킴스클럽마트(54개)를 인수하게 되면 신세계가 운영하는 SSM 점포는 기존 ‘이마트 에브리데이’(18개)와 ‘미니 이마트’ 격인 ‘이마트 메트로’(5개)를 포함해 총 77개로 늘어난다. 롯데슈퍼와 GS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SSM업계 3강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2007년 이후 매년 20~30%의 매출 신장세를 보여온 SSM 시장에 본격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신세계 측은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한다고 해서 SSM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소량 알뜰구매, 근거리 쇼핑 등으로 소비의 흐름이 변화된 것에 따라 다양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룹은 ‘분할’… 본인은 ‘통합’?
신세계 그룹의 ‘분할’을 이룬 정 부회장이지만 2011년 5월은 개인적으로 ‘통합’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플루티스트 한지희씨(31)와의 재혼을 했기 때문이다.
한 씨는 故 한상범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딸로, 중학 시절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예비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석사과정, 서울대 대학원 플루트 박사과정을 밟아 현재 수원대와 성신여대에 출강하고 있는 재원이다.
정 부회장과 한 씨는 2007년부터 음악회에 참석하거나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교제설이 제기돼 왔다. 작년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좋은 감정을 갖고 만나는 사이”라고 언급하며 교제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작년 5월 정 부회장은 故 한상범 부사장의 빈소를 지켜 한 씨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부회장은 지난 1995년 배우 고현정 씨와 결혼한 후 2003년 결별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