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의 수제 샌드위치 전문점 부첼라, 농심의 일본식 카레 전문 레스토랑 코코이찌방야, 신라호텔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아띠제, Fnc코오롱의 슈크림 전문점 ‘비어드 파파’ 그리고 리조트로 유명한 대명코러페레이션의 떡볶이 전문점 베거백.

샌드위치 전문점부터 떡볶이집까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 외식업종에 대기업이 진출을 시작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여기에 최근 애경그룹이 가세했다. 일본 정통 하우스카페와 하이라이스를 전문으로 하는 ‘도쿄하야시라이스’는 지난 3월 경기도 분당 AK플라자에 1호점을 오픈했으며, 일본 라멘 전문점인 ‘이퓨도’는 오는 5월 말쯤 오픈을 준비 중이다.
 
대기업들의 끝없는 ‘외식 사랑’, 그 이면을 들여다보았다.
 
◆대기업 외식 사랑, '2~3세 경영'이 이유?
 
“우리나라 대기업치고 외식업과 교육업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식업계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그렇다면 왜 외식업일까. 업계에서는 ‘현금 유동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외식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다 현금장사 인만큼 어느 정도 유지만 가능하다면 안정적인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외식업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사업성에 대한 결과가 빨리 나오는데다, 실패했을 경우에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외식업의 특성상 인테리어 등 초기투자비용을 제외하면 식품원자재나 인건비 등 고정투자비용의 비중은 약 90% 정도. 대기업 입장에서는 실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재벌 2세나 3세들이 경영일선에 부각되며 외식업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웅규 백석대 교수는 “경영 1세대에서 2세대나 3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포화상태에 다다른 주력사업분야에 비해 새로운 사업분야를 찾게 된다. 비교적 자본력을 바탕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외식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부분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로 외식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검증 받은 브랜드를 통해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애경그룹의 일본 라멘브랜드 이퓨도는 외식사업분야를 맡고 있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둘째 며느리 이정은 전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명코퍼레이션의 베거백 역시 창업주인 고 서홍송 회장의 2세 경영인인 서준혁 대표의 작품이다. 리조트 사업이 포화에 다다른 시장 상황에서 대명코퍼레이션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외식사업분야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명코퍼레이션은 베거백 외에 ‘스토리런즈’라는 치킨 전문점도 운영 중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다른 분야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면에서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며 “애경그룹 전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화학분야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백화점이나 제주 항공 등 생활 영역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고객들의 생활 전반에 필요한 요소요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기업으로 밑그림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외식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이 '라멘, 떡볶이 가게' 까지  
 
이처럼 대기업들의 외식업 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 역시 적지 않다. 이웅규 교수는 “대기업의 튼튼한 자본을 바탕으로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어 나갈 수 있다”며 “시장의 체계를 잡아 나가는 데는 선발주자들의 영향력이 크다. 대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면 이 같은 역할 또한 커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더욱 많은 것이 사실이다. 김상훈 소장은 “대기업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이미 한번 검증을 받은 라이선스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국내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시장 조사 없이 그대로 해외의 것을 들여왔다가 금방 사업을 접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SK의 프레시니스버거 등이 대표적인 사례.
 
사업 실패로 브랜드가 사라지는 경우 외에도 실질적으로 투자 비용에 비해 실질적인 매출 성과가 적다는 지적. 서민교 맥세스컨설팅 대표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외식업체 대부분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매장 하나의 인테리어에 수십억원,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BI 하나를 제작하는 데만 몇억을 투자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대기업이 아니면 상상할 수도 없는 투자액이 들어가지만, 실상 매출에 있어서는 그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 채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데만 그치는 곳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외식업에 진출한 대기업들 모두 매출액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호텔신라 외식계열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 중인 아띠제 관계자는 “고급스러움을 콘셉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 등 투자 비용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원자재만 하더라도 프랑스 특급호텔과 같은 것을 사용하는 등 투자비용이 적지 않다”며 “8년 동안 15개 매장을 오픈해 운영 중인데, 실적을 중심으로 하기 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의 외식 진출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라멘이나 카레, 떡볶이 등 골목상권의 대표적인 업종까지 대기업 자본이 영향력을 미치는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소상공인과 대기업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면서, 대기업 자본과 경쟁해야 하는 중소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김 소장은 “돈이 된다 싶으면 대기업 자본이 속속 끼어들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CEO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대기업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코코이찌방야를 운영 중인 농심 관계자는 “카레는 서민들이 늘 먹는 음식이 아니라 가끔 한번씩 찾는 음식이기 때문에 서민음식은 아니다”며 “더욱이 ‘고급화’를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어 골목상권과는 명확히 구별된다. 농심이 식품업체 인만큼 농심의 서비스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업종을 찾다 보니 카레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라멘 브랜드 ‘이퓨도’ 론칭을 준비 중인 애경그룹 관계자 역시 “투자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골목 상권까지 입점한다면 기업 측면에서도 마진이 그리 크지 않다. 때문에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기 보다는 명동이나 청담 등 거점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며 “아이템 역시 라면은 서민음식이 될 수 있지만, 이퓨도의 경우 정통 고급 일본 라멘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차별화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