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사관학교’. 이곳을 직접 찾기 전 기자는 빼곡한 교실, 긴장감 흐르는 수업 장면을 먼저 떠올렸다. 조금은 딱딱한 명칭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찾아간 이곳은 학교라는 느낌보다는 ‘창업연구소’라는 말이 더 정확한 듯했다.
‘한국판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를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지닌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지난 5월26일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개교식을 가졌다. 최대 1억원의 창업비용 지원과 체계적 교육 과정으로 창업 인재의 요람이 될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면면을 살펴봤다.
류승희 기자
◆ 철저한 아이템 검증, 5대1 넘는 경쟁률
지난 7일 오후 3시쯤, 취재진이 안산에 도착했을 무렵 청년창업사관학교엔 ‘특허’와 관련한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아직은 앳된 모습의 청년들은 물론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아저씨와 아줌마들도 눈에 띈다. 이곳에 입학할 수 있는 이들은 39세 미만의 청년 창업자들. 단 특허기술을 보유한 이들에 한해 40대 이상도 참여가 가능하다.
전문용어들이 섞인 특허 이론에서부터 다양한 사례까지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수업시간 내내 연필 굴리는 소리만 교실을 가득 채운다. 약 3시간가량의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줌마 학생 한명의 손이 번쩍 올라간다. 우철웅 중진공 과장은 “대부분 학생들이 실제로 창업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 내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많은 편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말하자면 이곳은 ‘창업할 뜻’ 하나만 갖고 기초교육부터 진행하는 창업학교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서류, 면접, 입교 등 무려 3단계에 걸쳐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심사한 뒤에야 입학이 가능하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사업으로 경쟁률도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1137명이 지원, 그중 208명이 선발돼 교육을 거쳤다.
우 과장은 “지금까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들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 이를 보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특허 기술로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아이디어로 시제품을 만드는 데까지는 지원을 받아 가능했다. 그러나 이를 사업화하고 초창기 사업체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정작 지원을 받지 못해, 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예비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이 과정을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 과장은 “이와 같은 ‘데스 밸리’의 간격을 메우는 데 중점을 뒀다”며 “실질적인 창업 아이템을 준비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하는 데다, 우수 졸업자 20%에 한해 졸업 후에도 창업자금 및 사업화 자금 우선 융자 지원은 물론, 판로개척 등 다양한 연계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1대 1 멘토 관리, “필요할 때마다 전문가 상담”
그러니 이들에게는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보다 이곳에서 직접 부딪치며 자신의 사업을 꾸려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중소기업연수원 건물 내부에 마련된 사무공간. 그룹별로 각각의 사업명과 대표 명함이 붙어있는 이곳만 보더라도 이들의 열정이 그대로 전해 온다.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이곳이 바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젊은 사장님'들의 사무실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각자의 사업에 열중하다 어려움에 부딪칠 때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연계해주는 전문 컨설턴트를 찾는다. 디자인 관련 업체가 기술적인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쳤다면 기술 관련 분야의 전문 교수가 이들을 돕는 식이다. 창업교육 역시 ‘상반기 60시간 이수’ 등의 조건이 있긴 하지만,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수업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물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된 이들인만큼, 관리가 허술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각 창업자마다 1대 1 전문가 멘토가 배정, 매사업단계마다 검토를 거치는 등 빡빡하게 운영된다. 만약 중간 심사에서 성적이 좋지 못할 경우, 퇴교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박병찬 그린스테이션 사장
이곳에서 만난 박병찬 사장. 올해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그의 명함에는 ‘친환경 조경전문업체 그린스테이션 대표’란 직함이 선명하게 박혀 있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박 사장으로서는 수많은 창업 전문가들이 포진한 곳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자산. 여기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창업자들과 교류하며 배우는 것 또한 적지 않다.
물론 단돈 1만원이라도 창업 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멘토의 결제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에 적응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과정들을 통해 철저히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스스로도 더욱 냉철하게 사업 과정을 돌아보게 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아이들을 위한 태블릿 PC 동화책 콘텐츠를 개발 중인 ‘퍼블스튜디오’의 이해원 사장은 실제로 서울 강남에 그의 사무실을 따로 운영 중이다.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한 그에게도 현실에서의 장애물은 만만치 않았다.
↑이해원 퍼블스튜디오 사장
이 사장은 “IT분야에 대한 전문성 하나만 믿고 창업에 뛰어들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너무 많았다”며 “경영자로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전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현재 4차 모집을 진행 중이다. 예비창업자(팀), 제조분야 창업과제를 대상으로 6월24일 18시까지 창업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