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프로야구팀 기아타이거즈가 16연패를 당했던 적이 있다. 그러자 화가 난 일부 팬들이 기아타이거즈의 버스 앞을 가로막고 20여분 간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결국 조범현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사과를 하고서야 팬들은 물러섰다.
 
상담심리학자 선안남 씨는 자신의 저서 <기대의 심리학>에서 당시 기아타이거즈 팬들이 보여줬던 공격성이 기대에 대한 좌절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기아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그것의 좌절에서 오는 실망감이 공격성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고 있자면 '공격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5월의 시작과 동시에 지수는 곤두박질을 쳤다. 4월27일 장중 2231.47로 역사적 고점을 새로 쓴 것이 엊그제인데 지난 13일 장중에는 2025.42까지 하락했다.
 
보름 만에 10% 가까이 주가가 빠졌다. 하루하루 변동폭도 커졌다.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변동하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현대중공업 OCI 같은 대형주들이 하루 변동폭이 10%를 넘나들기도 한다. 도대체 어떤 기대가 깨졌기에 시장이 이렇게 공격적이 됐을까.
 
◆'뇌관'은 1Q GDP 성장률…美 '더블딥' 우려도
 
지난 3월 중순 일본 지진의 여파로 급락했던 증시는 4월 말까지 급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고 일본 지진으로 인한 반사효과를 우리 기업들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중에 2500선에 안착하는 것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전망도 나왔다. 심리학 용어를 빌리지만 기대감이 실제로 성과로 이어지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오래가진 못했다. 기대를 저버린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보다 낮은 1.8%로 발표했다. 이후 나온 생산 고용 소비심리 부동산지표 등도 하나같이 기대 이하에 머물렀다.
 
김세중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 2차 양적완화 정책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키워왔는데 허울만 좋은 경기회복 기대일 뿐 실상은 자생력이 없는 '식물경제'라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을 나타내는 케이스 실러지수 역시 부동산 추가 하락 신호를 보이며 미 경제가 소프트 패치가 아니라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심각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말썽꾼' 그리스의 가세 "채무조정 가능성도"
 
'말썽꾼' 그리스도 가세했다. 그리스 재정위기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지원방안에 대한 합의점 도출이 늦어지고 있다. 그리스 사태가 디폴트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아진 것이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사실상 디폴트 수준까지 하향한데 이어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계 은행에 대해서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스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1100억유로를 받더라도 2012~2013년 사이에 650억유로를 조달해야하는 상황이다. 올해 이자상환규모만 해도 GDP 대비 6.2%에 이르는 상황에서 사실상 조달이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추가 지원을 위해 새로 마련해야 하는 450억원의 재원마련을 두고 민간투자자의 채무조정을 주장하는 독일과 이에 반대하는 유럽은행(ECB)과 프랑스의 이견 해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의 채무조정 가능성도 일부 열어두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경우 유럽계 금융기관의 추가 손실은 물론 미국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정장 속 "현실에 바탕을 둔 기대는…"
 
다시 심리학 얘기로 돌아가 보자. 사람은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면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
 
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이렇다. 기대에 대한 좌절이 절망이나 공격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해서는 "현실에 바탕을 둔 기대를 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그리스의 현실은 어떤 것일까.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 부진을 일본 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지진으로 재고에 의존한 생산을 해오던 미국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둔화와 고용부진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지진 이후 생산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품 조달 문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지진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안정도 생산에 우호적이다.
 
미국 부동산 경기도 '더블딥'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전망이다. 김세중 센터장은 "어차피 미국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인 회복 사이클로 진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래도 부동산 가격의 2차 하락을 의미하는 '더블딥'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한다.
 
미국 경기위축이 중국의 긴축속도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중국이 독불장군 식으로 긴축강도를 강화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마침 중국의 5월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13.3% 증가해 우려만큼 나쁘지 않았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스트레지스트는 "하반기시장을 주도할 긍정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가 중국시장의 긴축완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문제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는 "결국 합의 도출로 갈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말한다. 그리스 지원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다른 유럽 국가들의 채권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의 운명은 다음주 23~24일에 예정되어 있는 차기 유럽이사회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그라나 결국 전체구도를 감안할 때 합의점은 도출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