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미루려는 생각도 해봤어요. 요즘 장이 너무 안 좋잖아요. 상장 첫날부터 하한가 맞고 연일 주가가 빠지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최근 열린 A사의 상장 전 기업설명회에서 대표이사가 한 말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A사는 해당 산업분야에서 국내 1위 점유율을 자랑할 정도로 기술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특히 해당 업종에 대한 정부의 육성책이 잇달아 발표될 정도로 성장전망도 밝다. 올해 A사의 매출은 8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그럼에도 이 사장이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장 전체가 조정을 받다보니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 종목의 주가흐름도 부진하기 때문. 무더위가 찾아오는 시기임에도 기업공개(IPO)시장에는 한겨울 한파가 들이닥쳤다.
 
◆올해 신규상장사 절반 이상, 공모가 밑도는 주가흐름.. 왜?

지난 1월 실시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인터넷 가격정보 업체인 다나와의 공모가는 예상공모가 범위 1만2000~1만4000원의 상단인 1만4000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달 23일 현재 다나와 주가는 7500원에 머물고 있다. 다나와 공모주에 투자한 주주가 아직까지 주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수익률이 -46.43%라는 말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엘비세미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04대 1이라는 높은 청약경쟁률, 예상공모가 범위(4000~4500원)를 웃도는 확정공모가(4700원)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엘비세미콘의 현재 주가는 현재 3000원선을 겨우 유지하는 형편이다.
 
주가상승률이 밋밋한 것은 비단 코스닥 종목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공모가가 7100원이었던 건설 엔지니어링업체 한국종합기술은 상장 첫날인 지난 4월28일 1만원을 기록한 이래 줄곧 내리막길로 치닫다 현재 주가가 5300원선에 머물러 있다.
 
물론 코오롱플라스틱, 현대위아처럼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140%를 웃도는 종목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새내기 종목의 '성공신화'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올해 증시에 신규입성한 종목은 코스피 7개사, 코스닥 26개사 등 총 33개에 이르지만 이들 중 절반이 넘는 19개사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형편이다.
 
이처럼 새내기 종목이 힘을 쓰지 못하는 데는 최근 조정장세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4월27일 장중 2231.47을 찍은 이래 23일 현재 2055.86으로 7.87% 하락했다. 코스닥지수의 낙폭은 더 거세다. 23일 코스닥지수는 464.62로 지난 4월6일 고점(539.54)에 비해 14% 가까이 떨어졌다.
 
과도하게 공모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소위 '공모가 부풀리기'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언급한 A사의 예상공모가 범위는 1만3000~1만5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런데 A사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난 2월 당시 책정됐던 예상공모가 범위는 7600~8500원이다. 불과 네달 사이에 공모가범위가 70% 이상 높아진 것이다.
 
A사 측은 올해 1분기까지의 실적 등을 기준으로 공모가 범위를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조정장세의 영향과 2분기 들어 글로벌 경기회복세 둔화조짐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될지 모르는 데도 불구하고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A사 사장처럼 "상장을 미루는 게 좋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도 생겼던 것.



◆지금은 어둡지만.. "길게보면 좋다"

하지만 섣불리 공모주 투자를 접을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차가운 겨울이 가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오듯 우리 증시를 둘러싼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09년 이래 올 1월까지의 상승장세를 보고 상반기에 IPO에 나선 기업들은 2월 이집트·리비사 사태로 인한 조정에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추가조정의 찬바람을 정면으로 받았다. 그리스 재정위기, 미국·중국 등 주요국 경기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5월 이래 두달가량 조정이 진행된 것도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 머니투데이가 창립 12주년 겸 오프라인 신문 창간 10주년을 맞이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3%가 4분기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응답자의 54.9%는 코스피지수가 현재 수준보다 10%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최고 240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상반기의 조정을 딛고 다시 상승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서 2050선까지 오른 데 힘입어 신규상장 종목의 수가 늘었음을 돌이켜보면 올해 공모주 시장에서도 톡톡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의 수는 코스피시장 13개사, 코스닥시장 54개사 등 67개사에 이른다.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반적인 IPO시장의 위축은 없을 것"이라며 "삼성생명, 만도, 두산엔진 등 대어(大魚)급 종목의 상장이 없겠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IPO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시장의 상승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비상장사의 상장행렬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별 기업들의 실적 역시 2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3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실적'과 '상승장세' 등의 시너지효과로 새내기 종목의 주가흐름도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지금의 조정장세만 보고 공모주시장 냉각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